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내년 성장률은 2.9%로 0.1% 포인트씩 상향 조정했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리기는 2013년 7월 이후 3년9개월 만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회복 흐름을 타면서 수출과 설비투자 지표가 나아졌다. 다만 이런 회복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소비는 저조하지만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성장세가 다소 확대됐다”며 기존 전망치를 수정했다. 한은은 지난 1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 물가상승률을 1.8% 수준으로 내다봤다. 석 달 만에 이를 2.6%(성장률), 1.9%(물가상승률)로 올려잡았다.
성장률 상향 조정은 국내 요인보다 글로벌 경기 덕을 봤다. 이 총재는 수출 개선에 대해 “선진국의 확장적 거시정책과 국제유가 회복에 따른 자원 수출국의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IT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설비투자 붐이 일어난 것도 지표 개선을 도왔다.
그러나 이 총재는 지속적인 경기 회복세를 장담하지 못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가 올해 2.6%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발언을 빌려 “단기적으로 경제 회복 여건이 우호적인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리스크가 상존한다”고 했다. 경기에 부정적인 요인과 긍정적인 요인이 뒤섞여 있다는 뜻이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연 1.25%)으로 유지키로 했다. 지난해 6월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린 이래 9번의 금통위를 여는 동안 동결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이 연내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북한 리스크’가 상존해 한은이 금리를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총재는 “앞으로 성장과 물가의 경로를 고려했을 때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지만 금리 인상 방안까지 포함해 정책 변화의 계기를 살피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글=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수출 호조… 성장률 3년 만에 올렸다
입력 2017-04-13 17:49 수정 2017-04-13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