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도 광명에 있는 하안초 병설유치원 햇살반. 여섯 살 아이 26명이 3년 전 바다 위에 기울어진 세월호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교사는 “여러분이 세 살 때 단원고에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배타고 제주도에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그럼 언니 오빠들이 아직 저기 있는 거예요?”라며 멀뚱거렸다.
교사는 그렇다고 답하고선 세월호 참사는 배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잘못한 데다 안전한 대피요령이 없어서 일어났다고 했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는 이 사건을 잊지 말자고도 했다. 설명을 들은 김보미(6)양은 ‘잊지 않을게요’라고 쓰인 편지지에 희생자들에게 보내는 추모편지를 썼다.
뭍으로 올라와 진상규명을 앞두고 있는 세월호가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다. 세월호가 남긴 상처는 유가족·미수습자 가족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여전한 아픔이다. 3년 전 참사를 이해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이제 세월호를 ‘함께 나눠야 할 슬픔’이라고 배웠다. 참사를 직접 봤던 이들은 기록과 예술품 앞에서 각자의 세월호를 떠올렸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학 교수는 “4·16을 기억하는 것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이라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전날 오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선 ‘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란 육필시 전시회가 열렸다. 복도 양쪽에 희생된 학생과 교사들의 사연을 녹인 육필시 261점이 전시돼 있었다. 목포신항으로 올라온 세월호에 남아 있을지도 모를 미수습자들에게 쓴 시도 한쪽에 모여 있었다.
전시장은 한산했다. ‘이제 그만 나오너라’ ‘답장 없는 편지’ 등 손으로 쓴 시들은 읽히기보다 우두커니 서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시 앞에 멈춘 이들은 쉬이 발길을 떼지 못했다. 이수진(46·여)씨는 12일 친구의 조카인 고(故) 정휘범군에게 쓰여진 시를 스마트폰에 담았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적폐가 만들어낸 인재(人災)”라며 “어른으로서 아이들을 보기가 여전히 부끄럽다”고 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박일우(41)씨 부부는 2015년 10월 서점을 열 때부터 세월호를 기억하자며 서점 한쪽에 ‘2014년 4월 16일 잊지 않겠습니다’란 공간을 만들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엄마. 나야’처럼 참사가 있어 세상에 나오게 된 책들을 모아 놨다.
박씨는 세월호를 ‘국가가 지키지 못한 희생자들이 잊혀져가는 문제’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세월호는 지겹다’고 말하던 사람들도 이 책들을 보며 마음이 바뀌길 바랐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기억을 물려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문제의식을 갖고 세월호의 기억을 나누고 물려주는 교육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모습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신동 순천향대 특수교육학 교수는 “세월호 희생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주고받은 대화 등 치열한 순간을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주면 정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극단적인 상황을 부각시키는 것보단 세월호를 기억하는 객관적인 모습이 뭔지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사진=오주환 신재희 권중혁 기자 johnny@kmib.co.kr
[세월호 참사 3주기] ‘참사’ 3년 됐어도 30년 되어도… 함께 나눠야할 슬픔
입력 2017-04-14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