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짱 TV토론 통해 후보 변별력 높이자

입력 2017-04-13 19:00
5당 대선 후보들이 13일 한국기자협회-SBS 주최 합동 토론회에 참석해 설전을 벌였다.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첫 번째 TV 합동토론회였던 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기싸움이 전개됐다. 한반도 위기 상황임을 고려해 모든 후보가 안보 위기 극복의 적임자임을 자처했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유치원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모호한 사드 배치 입장 등이 공격 대상이 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보수 적자 논쟁을 벌이다 사회자의 주의를 받기도 했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후보들의 발언보다는 토론 방식이 눈길을 끌었다. 공통 질문은 후보들에게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상호 토론도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채 후보끼리 직접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도록 했다. 5년 전보다 방식에서만큼은 내실이 있었다는 평가다. 앞으로 세 차례 예정된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 대한 기대도 크다. 후보들이 선 채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 방식이 도입됐다. 또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인 만큼 후보들은 18분의 발언 시간 안에 상대 후보를 공격하고 자신을 방어해야 한다. 원고가 없는 만큼 자신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돌발 질문에 대한 순발력도 요구된다.

이번 대선에선 TV토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5월 9일까지 남은 시간이 짧아 후보를 검증하고 살펴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난무하는 네거티브를 공개 장소로 흡수하는데도 TV토론은 의미 있다. 상당수 유권자들이 생업에 종사하기에 후보자들의 비전과 정책을 접하는 데 TV토론만큼 유용한 수단은 없다. 일방적으로 후보들의 메시지를 전달받을 뿐 그들의 민낯을 들여다볼 기회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참에 TV토론의 변별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제한된 18분 안에 후보의 자질을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120분으로 한정된 토론 시간을 최소 3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TV토론 횟수를 추가해 주제별로 집중 토론을 벌이면 실력 차이를 유권자들이 직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을 위해서는 무제한 TV토론도 실시해봄직하다. 후보들이 상의를 벗고 소매를 걷어붙인 채 끝장 토론에 임한다면 자질은 물론 심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지지율 1, 2위로 후보를 제한해 집중 토론을 벌이는 방법도 고려해볼만하다. 현재의 5자 구도 자유토론은 난상토론이 불가피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는 5% 이상의 지지율이나 소속 의원 5석 이상인 정당 후보들이 모두 참여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구도다. 미국처럼 일정 지지율 수준의 제한을 두고, 후보들 간의 합의만 이끌어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같은 아픔을 또다시 겪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시간이 더욱 많이 제공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