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수뇌부가 2015년 7월부터 비선실세 최순실(61)씨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분 관계를 알고 있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당시는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승마 지원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대통령의 질책을 받았던 시기다. 이 부회장 측은 “최씨와 박 대통령 관계를 2016년 8월까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13일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뇌물공여 혐의 2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 경영진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2015년 7월 말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독일에서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를 만났다”며 “당시 박 전 전무가 ‘최씨는 대통령(VIP)과 친자매처럼 지낸다. 삼성이 최씨 딸 정유라의 승마 비용을 지원해줘야 한다’고 박 전 사장에게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 전 전무는 “정씨 때문에 (승마 해외 전지훈련)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 맞다”며 “최씨가 지정해준 승마 관련 용역회사(코어스포츠)가 최씨가 컨트롤하는 회사라는 것을 알았다”고 진술했다.
삼성 측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황 전 전무 측 변호인은 “삼성은 최씨 측과 승마 관련 용역계약을 체결한 후 최씨에게 끌려다녔다”며 “정씨 지원 프로젝트에 대해 지금도 많이 후회한다”고 말했다.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특검 조사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독대에서 화를 내서 저희(삼성)는 바짝 얼어 있었다”며 “이후 정씨를 지원하면서 대통령 태도가 많이 바뀌었고 고맙다며 악수도 했다. 대통령 지시가 승마 발전이라는 순수한 명목은 아니었던 거 같다”고 진술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삼성 수뇌부 “박근혜, 이재용과 독대서 화내 바짝 얼어있었다”
입력 2017-04-13 17:39 수정 2017-04-13 2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