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처럼 기지개 켜는 경제, 불씨 살려나가기를

입력 2017-04-13 19:00
모처럼 경제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수출이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설비투자와 소비도 반짝 증가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46만6000명이 늘면서 1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5%에서 2.6%로 0.1% 포인트 올린 것은 이러한 경제지표들을 감안한 것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올린 게 3년 만이라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꽁꽁 얼었던 경제에 미약하나마 온기가 퍼지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 세계 경제가 좋아진 영향이 크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본격적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반도체와 정유·화학 등 일부 업종은 호황이지만 조선·해운 등은 여전히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다. 고용이 늘었다고 하지만 일용직 비중이 높은 건설업과 도소매업, 그리고 은퇴 연령층인 50, 60대와 자영업자들이 증가를 주도하고 있는 점은 씁쓸하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아니라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실업자들이 일용직이나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심리는 개선되고 있지만 내수가 여전히 부진한 것도 향후 경기를 좋게만 볼 수 없게 만든다.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사방이 지뢰밭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준비와 미국의 ‘선제타격론’으로 고조되는 한반도 안보 위기는 최대 리스크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교역 둔화, 미 금리 인상이 연내 추가로 예고된 터에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대우조선 구조조정 문제 등 어느 하나라도 터지면 폭발력을 가늠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큰 걱정은 대선이 치러지기까지 한 달이 채 안 남은 기간의 불확실성이다.

대통령이 부재한 상황이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정부는 경기 회복세의 온기가 아랫목에서 윗목으로 퍼지도록 만전을 기해야겠다. 이를 위해선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가 장작불처럼 타오를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권 말이라고 복지부동하거나 대선 주자들에게 눈도장 찍으려고만 하다가는 모처럼 찾아온 호기가 위기가 될 수 있다. 국민들도 당장 달콤한 공약을 쏟아내는 후보보다 경제를 살릴 후보가 누구인지를 가려내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