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성경의 증언, 특별히 로마서 9∼10장을 통해 다음의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①신앙인은 결코 나 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부족함 없는 삶을 누리고 있더라도 성숙한 신앙인은 항상 그 이상을 생각한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자신과 예수 그리스도 사이를 갈라놓을 수 없다는 위대한 신앙고백을 했던 사도 바울에게도 고통이 있었다. 동족 이스라엘이 구원받지 못함에 대한 ‘큰 근심’ 때문이었다. ②이스라엘이 구원에 이르지 못한 것은 열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하나님의 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열심이 그들을 교만하게 하여 예수 그리스도마저 거절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③그러므로 진정한 신앙인의 삶은 나 중심에서 비롯된 성취가 아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신앙인이 추구하는 온전한 삶은 개인 구원을 넘어 민족 사랑으로, 또한 그것을 넘어 세계 구원을 위한 지평으로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어느 때인가. 지금은 우리 민족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력을 미칠 지도자를 선출하는 대선을 눈앞에 두고 있는 때이다. 이때 대선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먼저 냉소적이거나 도피적인 것이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셨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 세상은 하나님께서 지으신 것이요, 비록 타락하였으나 구원하시기 위해 예수그리스도께서 십자가도 마다하지 아니하셨던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결코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저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을 받게”(요 3:17) 하심이라는 말씀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이 땅, 구석구석 삶의 자리마다 하나님의 뜻이 펼쳐지는 나라가 되도록 해야 할 사명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한 신앙적 행위이다. 그것은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이루어지는 데 누가 좋은 도구인가를 분별하는 선택 행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경으로부터 지도자 선택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첫째는 민족을 위하여 근심할 수 있는 사람이다. 정치하는 이유가 야망이 아닌 민족을 위한 소명인 사람, 그래서 민족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그러한 소명의 실현은 자신의 의로움과 열심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부터 지혜와 도우심을 바랄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기에 겸손한 사람, 그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를 선택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우리나라를 위한 비전을 세계 번영과 평화의 비전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한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축복은 우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계를 복되고 평화롭게 하려는 비전을 위한 것임을 세속적인 차원에서나마 감지하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신앙적 정치참여를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성령께서는 큰 근심을 허락하신다. 내가 원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어렵다는 작은 근심, 뽑을 사람이 없다는 작은 근심이 아닌 민족과 세계를 위한 큰 근심으로 인도하는 선한 근심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자기중심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작은 근심을 믿음으로 극복하면서 선택으로 나가야 한다. 그리고 선택 후에는 ‘큰 근심’으로써 그 지도자와 함께 기도하고 애쓰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민족을 위하여, 세계를 위하여, 그리고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바이블시론-임성빈] 그리스도인의 정치 참여
입력 2017-04-13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