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은 악랄한 사람 지원하고 있다” 푸틴 “트럼프 취임 뒤 양국 군사적 신뢰 악화”

입력 2017-04-13 00:02 수정 2017-04-13 05:00
취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 방문에 나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둘은 시리아 해법을 놓고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원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해 “푸틴 대통령은 정말 악랄한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12일(현지시간) 폭스비즈니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국민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쓰는 알아사드는 짐승”이라며 “그에 대한 지원은 러시아와 인류 전체에 나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시리아에 대한 추가 공습 여부에 대해 “미리 레드라인을 설정하지는 않겠지만 자국민에게 화학무기나 통폭탄 공격을 해선 안 된다”고 발언해 화학무기나 통폭탄 공격이 있을 경우 추가로 공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다만 “미국은 시리아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지상군의 본격적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시리아 문제를 논의했으나 현격한 이견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라브로프는 틸러슨을 향해 “미국의 최근 시리아 공격과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미국이 국제적인 안건을 놓고 보내는 모호하고 모순된 메시지에 많은 질문을 품고 있다”며 미 행정부가 이중 메시지를 보낸다고 비판했다.

틸러슨은 “서로 어떤 첨예한 견해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차이를 좁혀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파악하길 바란다”며 시리아 문제를 두고 양국 간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다.

틸러슨과 라브로프가 회담을 가지는 사이 푸틴 대통령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군사적 차원에서 양국의 신뢰가 특히 악화됐다”고 말했다.

한편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알아사드 정권의 잔혹함을 강조하며 “아돌프 히틀러조차 화학무기를 사용할 정도로는 타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홀로코스트의 공포를 경시했다”며 스파이서의 사퇴를 촉구했다. 결국 스파이서는 “부적절하고 무신경하게 발언한 점을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