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확정 이후 각 당 주자들은 숨 가쁜 일정을 소화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선출(4일)을 마지막으로 주요 4당의 후보들은 각기 자신만의 대선 전략에 맞춰 동선을 수립했다. 지역의 적자(嫡子)를 자임하기 위한 지역 공략 행보도 있었고, 통합을 위한 장거리 원정도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통령 후보임을 강조하려는 공약 발표도 이어졌다. 급격히 출렁인 지지율을 반영하는 모습과 안보 적임자를 자처하는 발언도 봇물을 이뤘다.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는 12일 “그날 이슈와 상대방 동향을 고려해 저녁쯤에 다음날 일정을 최종 확정한다. 후보의 동선 자체가 중요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3일 후보 확정 이후 이동거리 2000㎞ 이상의 강행군을 하며 전국을 누볐다. 영·호남은 물론 충청과 강원권 지지를 얻어 ‘전국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전략이 반영됐다.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4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었다. 그곳에서 ‘노무현의 계승자’임을 강조했다. 바로 이어진 전국 투어의 행선지는 호남이었다. 호남 경선(3월 27일) 압승 여세를 몰아 호남 유권자들의 지지를 더욱 확실히 잡아둬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문 후보는 이후 충청(7일), 경북·강원(8일), 경남(11일)을 차례로 방문해 ‘통합 대통령’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가는 곳마다 2012년 대선 패배를 반성하면서 지지를 당부했다.
후보 간 감정싸움이 극에 달했던 경선 이후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 이탈이 가시화되자 문 후보는 끌어안기에도 적극 나섰다. 안 지사, 이 시장과 이틀 연속 회동을 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선 ‘최고의 혁신가’라고 치켜세웠다. 상대 후보 공세에는 ‘5+5 긴급안보회의’ 제안과 ‘J노믹스’ 발표 등 정책 현안을 앞세워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미래 대통령’을 꿈꾸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주로 수도권에 머물며 ‘집 떠난 20대 표심’을 잡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특히 핵심 공약인 ‘미래성장 동력’ 확장에도 앞장섰다. 후보 선출 이후 첫 행보로 지난 5일 경기도 고양의 서울모터쇼를 택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2011년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켰던 ‘토크콘서트’도 적극 활용했다. 안 후보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방송 프로그램 양식을 빌린 ‘청년일자리 비(BE)정상회담’에 참석해 대학생·청년들의 고민을 들었다.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정성장과 미래’를 주제로 한 특강, 토론회, 간담회 등을 하며 ‘정책 대통령’ 이미지 부각에 애를 썼다. 민주당의 ‘의석 40석’ 공세에 대응키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보수 적자’를 놓고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홍 후보는 지난 9일 경남지사직 사퇴 전까지 전국을 돌면서도 공직선거법 때문에 “찍어 달라”는 말을 못했지만 특유의 직설 화법으로 문 후보와 안 후보를 겨냥해 막말에 가까운 공세를 펼쳤다. 그가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 것은 11일부터다. 그는 임진각, 판문점을 방문하며 안보 이슈에 주력했다.
유 후보의 최근 행보 키워드는 ‘보수의 심장 공략’이었다. 그는 지난 6일부터 계속 영남 지역에 머물며 보수 텃밭 공략에 올인했다. 특히 TK(대구·경북)에선 친박(친박근혜) 세력으로부터 씌워진 ‘배신자’ 프레임 극복에 주력했다. 그는 홍 후보를 향해 ‘재판받아야 할 사람’ ‘(경남지사) 꼼수 사퇴’ 등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한반도 안보 위기가 부각되면서 최근 2∼3일 새 각 후보는 안보 불안감 극복으로 초점을 이동시켰다. 문 후보는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거듭 밝혔고, 안 후보 역시 한·미동맹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홍 후보, 유 후보는 야권 후보들의 이런 입장 선회에 “유권자들이 속지 않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글=김판 이종선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문재인 ‘2천㎞ 강행군’ 안철수 ‘수도권 집중’… 동선 보면 판이 보인다
입력 2017-04-13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