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이 시행된 지 6개월여 지났지만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시범사업 초기보다 환자들의 관심은 다소 시들해졌다. 환자 스스로 꾸준히 혈당·혈압 정보를 입력하고, 동네의사의 상담·관리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환자들의 참여 빈도나 관심이 낮아지고 있는 것을 체감한다고 의료진들은 말한다.
의료현장에서는 ‘소통부족’을 시범사업의 해결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환자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소재의 한 동네의원 원장은 “처음에는 환자분들이 관심을 갖다가 점점 정보입력을 귀찮아하는 느낌을 받는다”며 “취지는 좋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생각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스템 자체도 소통이 편하게 돼있지 않아서 아쉽다. 우리병원의 경우 환자들에게서 질문이나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아서 아예 개인적으로 상담용 휴대폰을 따로 개설해서 사용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에 환자만 등록해두고 정작 관리는 잘 안 되는 곳도 많다. 절차는 복잡한데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니어서 의사들조차 번거롭게 느낀다”고 전했다.
특히 시범사업 중반 이후부터는 사업 효과성을 검증해야하므로 등록 환자들의 참여도가 중요하다. 현재 시범사업에 드는 비용은 모두 정부가 부담하고 있지만, 본 사업으로 이어질 경우 관련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대중 대한당뇨병학회 홍보이사는 “혈압, 혈당 측정·관리가 중요하지만 환자들의 인식이 아직 부족한 편이고, IT기기 활용을 어색해하는 이들도 많다. 자가 측정부터 전화상담까지의 프로세스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의료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며 “시범사업에서는 정부가 수가나 측정기기를 제공하고 있지만 만약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면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이사는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은 IT를 활용한 비대면 관리와 건강동행센터로 운영하는 대면관리 등이 있다. 앞으로 통합모델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협회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현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는 “본 사업이 되려면 준비가 더 필요하다. 당초에 시범사업 기간을 1년으로 설정했지만 시범사업 기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연장 가능성을 밝혔다. 조 이사는 “동네병원을 통한 만성질환관리는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만큼 건설적인 방법을 찾아나가고 있다. 현재 복지부와 지역사회 일차의료 시범사업도 함께 진행 중이다. 향후 포괄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시범사업 등록 환자는 약 3만 명 정도로, 일일 100∼200명 환자들이 새로 등록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자가 측정의 중요성 인식이 부족함에 따라 당뇨·고혈압학회와 함께 진료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교육콘텐츠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자는 “또한 오는 7월 중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이용가능한 모바일앱을 배포할 예정이고, 환자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도입할 계획이다. 계속 현장 의견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만성질환관리 시범 반년, 환자참여 왜 주춤할까
입력 2017-04-16 1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