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AI시대, 뇌를 생각하다

입력 2017-04-14 05:04
지금 이 순간도 저 멀리 화성에서는 로봇 탐사차량인 로버(Rover) 두 대가 화성 표면을 누비고 있을 것이다. 각각 2004년과 2012년 화성에 떨어진 이들 로버의 이름은 ‘오퍼튜니티’와 ‘큐리오시티’. 인류를 대신해 화성을 개척하고 있는 만큼 이들 로버의 실력은 특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대단한 인공지능(AI)을 자랑한다. 특히 큐리오시티는 스스로 주행 경로를 탐색해 이동할 줄 안다. 포착한 영상 데이터를 직접 분석·선별해 지구로 전송하기도 한다. 로봇이 벌써 이 정도의 AI를 갖췄다면, 가까운 미래에 로봇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미국 예일대 신경과학과 석좌교수인 이대열(사진) 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첫 저서 ‘지능의 탄생’을 통해 말한다. AI가 인간의 뇌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주장은 ‘매우 편협한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고. 기계는 인간 지능의 일부 요소만 갖출 뿐이라고. 이 교수의 이 같은 전망은 기계가 훗날 인류를 말살할 수도 있다는 제임스 배럿이나 닉 보스트롬의 예상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

AI에 대한 내용이 흥미롭게 읽히지만 책의 골격을 이루는 건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왜 생각을 하는지 살피면서 뇌는 어떤 방법으로 생각의 메커니즘을 만드는지 전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밝혀진 뇌에 관한 많은 정보들은 인간의 지능에 대해 많은 통찰을 제공해왔다. 이 책의 목표는 뇌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그와 같은 통찰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고난도 스토리를 최대한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뇌를 유전자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대신 해결하는 ‘대리인’으로 규정해 설명하거나, 유전자와 뇌의 관계를 사장과 노동자의 관계에 빗대 표현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인간과 동물의 지능을 비교하면서 인간 뇌의 사회적이면서도 이타적인 활동을 조명한 내용도 비중 있게 적혀 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 누군가 한 듯한 주장이 적지 않지만 인간의 본질을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금주의 신간이다.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