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 운 아닌 실력으로… “전성기? 잠깐이죠” [인터뷰]

입력 2017-04-14 00:00
KBS 2TV '김과장'으로 명실상부한 전성기를 맞은 배우 남궁민. 그는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다. 일 욕심이 커졌다. 일단 작품 활동을 더 열심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935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 ‘김과장’의 한 장면
배우 남궁민(39)의 18년 연기 내공은 과연 허투루 쌓인 게 아니었다. 20부작에 달하는 드라마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이끌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KBS 2TV ‘김과장’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온갖 찬사를 들어 마땅했다. 제대로 물이 올랐다거나 훨훨 날아다녔다거나.

“제 스스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꼈어요. 주변에서 ‘연기 너무 좋다’고 아무리 칭찬해봤자 들리지 않았죠.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게 진짜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꺼낼 카드가 없더라고요. ‘여기서 만족하고 머물렀으면 큰일 날 뻔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까.’ 드라마 끝나고 열흘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 고민 중입니다.”

노랬던 염색머리는 다시 거메졌다. 깐족거리던 하이톤 말투도 사라졌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남궁민은 차분히 ‘김과장’이라는 옷을 벗어내고 있었다. “육체적으로 많이 힘든 작품이었어요. 지난해 12월 촬영을 시작해 끝나는 날까지 단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잘 버텨내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남궁민은 조곤조곤 나직한 어조로 그간의 생각들을 꺼내 놨다. 들뜬 기색이라고는 없었다. 다만 ‘김과장’의 성공을 예상하긴 했다고. “저는 매 작품마다 항상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매번 자신감이 있어요. 다행히 제가 한 것에 비해 더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뿌듯합니다.”

불합리에 대항하는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드라마는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 전개로 인기몰이를 했다. 이영애 주연의 ‘사임당 빛의 일기’(SBS)마저 밀어내고 승승장구하며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남궁민은 “경쟁작을 신경 쓰기보다 어떻게 하면 우리 작품을 잘 살릴 수 있을 지에 집중했다”고 잘라 말했다.

남궁민은 극 중 비리 대기업의 경리부 과장으로 들어가 점차 의인(義人)으로 거듭나는 김성룡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벌써부터 그의 연기대상을 예상하는 반응도 적지 않다. “주시면 감사히 받겠지만 지금은 상 욕심이 없어요. 굳이 안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왜냐면 다음 작품에 더 잘할 거라는 자신감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1999년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EBS)로 데뷔한 남궁민은 ‘리틀 배용준’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빵’ 터지는 한 방이 없었다. 호평을 얻었던 ‘내 마음이 들리니’(MBC·2011) 이후 2년간은 도리어 슬럼프에 빠졌다. ‘서브 남주’ 제안을 거절하고 본인이 잘 할 것 같은 캐릭터만 찾아다녔던 탓이다.

“운이 좋았으면 연기를 못해도 진작 스타가 됐겠죠. 다행히 저는 제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뭔가가 오길 기다리고만 있지 않았죠. ‘내가 부족한 게 뭘까’ 계속해서 고민하고 연구했어요. 그런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제가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리멤버: 아들의 전쟁’ ‘미녀 공심이’(이상 SBS)로 연달아 호평 받으며 흐름을 탄 남궁민은 기어코 ‘김과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저는 왜 한 방에 안 될까요(웃음).” 농담 뒤 이내 표정을 굳힌 그는 “많이 소비되긴 했지만 아직 보여드릴 것이 더 남아있다. 제 안에는 여전히 열정이 꿈틀대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러다 언제 또 안 될지 누가 알겠어요. 잠깐의 분위기에 우쭐해하지 않을 정도의 내공은 있습니다. 가장 좋은 때가 위기가 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 더 긴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다음 작품을 꼭 전성기로 만들고 싶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