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에게 차였을 때, 봄비에 꽃잎이 떨어질 때 어떤 시를 읽으면 좋을까.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은 어떤 게 있을까.
종이책이 외면 받는 시대, 창비 민음사 등 대표적인 문학 출판사들이 온라인 시장의 독자 공략에 나섰다. 독자 요구에 맞춘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토양에 뿌리를 둔 젊은층의 문학적 감수성을 일깨우겠다는 전략이다.
13일 문학계에 따르면 창비는 스마트폰 시(詩) 앱 ‘시요일’을 최근 출시했다. 시가 SNS에 최적화된 장르라는데 착안했다. 시는 짧은 분량, 촌철살인, 독자 심리상태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감성 등의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창비는 1975년 신경림의 ‘농무’를 시작으로 도종환 김사인 문태준 손택수를 거쳐 안희연 신미나 등 신진 시인을 망라한 ‘창비 시선’을 콘텐츠 창고 삼아 3만3000여편에 이르는 방대한 시를 제공한다. 시요일 서비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다양한 큐레이션이다. ‘오늘의 시’ 코너는 매일 날씨와 계절 절기 등에 맞춘 시를 엄선해 배달한다. ‘테마별 추천시’는 슬플 때 외로울 때 비가 올 때 등 감정과 상황에 맞는 시를 추천한다. 강력한 검색 기능 또한 이 앱의 장점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하게 된 건 젊은 시인 10여명과 전국 60여명의 국어교사들의 노력 덕분이다. 이들은 2년에 걸쳐 3만편이 넘는 시를 분석했다. 이를 감수한 김사인 시인은 “시라는 콘텐츠가 지금보다 훨씬 더 독자에 의해 자유롭게 변용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는 시집 단위가 아니라 시 한편 단위로, 독자의 욕구나 필요에 의해 시가 응용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4월까지 무료이며, 5월부터는 월 3900원.
민음사의 장르소설 브랜드인 황금가지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시험가동 중이며 이르면 7월 서비스한다. 황금가지는 ‘셜록 홈즈 전집’ ‘반지의 제왕’,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등 국내외 장르문학 대표작을 출간해왔다. 브릿G는 ‘Brilliant Tales G(눈부신 이야기 G)’라는 뜻과 ‘브리지(Bridge·다리)’라는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브릿G는 작가와 독자뿐 아니라 편집자가 참여한다. 장편과 중단편 소설로 구분돼 누구나 유료 연재가 가능하지만, 자체 보유한 인력을 통해 편집 역량이 발휘된다는 것이 기존 포털의 웹소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황금가지 측은 설명했다.
편집팀은 작품을 검토해 매주 5편의 추천작품을 선별해 올린다. 또 고양이가 등장하는 소설, 음식을 소재로 한 소설 등 주제별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황금가지 김준혁 주간은 “포털의 웹소설이 이미지나 낚기 등을 통해 독자를 끌어왔다면 브릿G는 작품성으로 승부해 독자를 유인한다는 전략”이라며 “종이책의 감성과 무게감을 온라인으로 옮겨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출판사들 ‘맞춤형 온라인 큐레이션’ 서비스
입력 2017-04-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