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일 ‘도시재생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연간 10조원대의 공적 재원을 투입해 매년 100개 동네씩 임기 내 500개의 구도심과 노후주거지를 살리겠다고 공약했다.
도시재생은 사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사업이다. 박 시장은 철거 중심의 도시개발 방식 대신 원주민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춰 낙후된 동네를 재정비하고 산업적 활기를 제공하는 ‘도시재생’을 도입해 서울시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서울시에 도시재생본부가 설치됐고 종로구 창신·숭인지역을 비롯해 낙원상가 일대, 창동·상계, 성수동, 서울역고가 등 여러 곳에서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문 후보가 서울시 정책들을 자신의 공약으로 받아들인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박 시장의 대표적인 복지정책으로 꼽히는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과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원’ 현장을 방문해 전국화를 약속했고 최근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시가 제안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박 시장의 청년수당 정책을 ‘청년구직 촉진수당’이란 이름으로 공약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김수현 정책특보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특보는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원장 출신으로 박 시장이 대선 출마를 포기한 직후 문 캠프에 합류했다. 또 하승창 전 정무부시장, 조현옥 전 여성가족실장 등이 문 캠프에 들어가 정책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이 박 시장의 정책들을 문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재가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캠프에서 사회혁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하 전 정무부시장은 12일 “문 후보가 박 시장의 혁신정책들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전국화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무엇보다 서울시 정책들은 검증이 다 된 것들이라서 당장 실행하기도 쉽다”고 말했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문 후보가 광화문광장을 방문하기 전 박 시장 집무실에 들러 ‘서울시 정책을 내가 다 가져다 써도 되겠느냐’고 말했고 박 시장은 ‘얼마든지 쓰시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에 건의할 10대 분야 66개 정책을 선정해 이날 발표했다. 실질적인 지방분권 실현, 경제민주화, 노동존중 구현, 노후기반시설 투자 확대, 보편적 복지 실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용산국가공원 조성, 지하철에 대한 국고보조,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을 10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글=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박원순표’ 서울 정책, 문재인 공약으로 뜬다
입력 2017-04-1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