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청년 실업률… 늘어나는 청년 우울증

입력 2017-04-13 05:00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울한 세대는 만 18∼29세 청년이다. 두 자릿수를 웃도는 청년실업률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병적인 불안과 공포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겪는 불안장애를 앓는 성인도 늘었다. 스마트폰 등으로 불안한 뉴스를 쉴 새 없이 접하는 게 불안장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51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에서 지난해 우울증을 겪은 비율이 만 18∼29세 남성의 경우 3.1%로 전체 성인 남성(1.1%)의 3배에 가까웠다고 12일 밝혔다. 2011년 2.4%에서 0.7% 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청년 여성의 지난해 우울증 유병률도 2.9%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우울한 기분이 들고 흥미나 즐거움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2주 이상 거의 매일 지속되면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결혼을 하지 않고, 학력이 높고, 미취업 상태이면서 월 200만원 미만을 벌 때 우울증 발현 비율은 높았다.

연구책임자인 삼성서울병원 홍진표 정신과 교수는 “우울증은 청년들이 사춘기 이후 독립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위협과 적응의 어려움을 반영한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생 등 입사 시험과 취업 준비를 계속하는 이들이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담배와 술을 불렀다. 18∼29세 남성 7.5%, 여성 6.9%가 지난해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남용했다. 성인 집단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청년 남성 4.3%는 담배 니코틴에 의존하거나 금단 증상을 느꼈다. 홍 교수는 “우울증을 앓는 이는 술과 담배를 끊기 어려워하는 면이 있다”며 “우울증 극복을 위해 금주와 흡연 습관 교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는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성인은 25.4%였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겪었던 사람은 470만명으로 추산됐다.

대부분 정신질환이 2011년에 비해 감소했으나 불안장애는 늘었다. 18세 이상 64세 이하 성인 중 평생 한 번 이상 불안장애를 겪은 비율이 2011년 8.7%에서 지난해 9.5%로 높아졌다. 홍 교수는 “모바일 사용이 늘어나며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등 부정적인 뉴스가 매우 빠르게 전파돼 불안장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고 분석했다.

평생 한 번이라도 환청이나 환시 조정망상 피해망상 등 조현병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는 성인은 1.8%로 그 수는 71만명으로 추산된다.

치료나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경우는 적었다. “정신건강 문제로 의사나 간호사, 종교인 등 전문가와 상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9.6%에 불과했다. 선진국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복지부는 올해 정신건강증진센터를 16곳 신설하고 정신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는 정신보건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 상담하는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