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십차례 허위신고가 구조요청 전화?

입력 2017-04-13 05:02

수십 번이나 허위신고를 한 이를 경찰이 찾아가보니 긴급구조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였다.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는 40여 차례 허위 범죄신고를 한 권모(47·여)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다고 12일 밝혔다. 권씨는 3년간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2주 동안 당곡지구대에는 이상한 전화가 계속 걸려 왔다. “모르는 사람이 계속 찾아온다”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 전화였다. 전화가 걸려온 권씨의 집으로 경찰이 출동하면 문이 꼭꼭 잠겨 있고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쯤에도 경찰은 권씨가 사는 관악구 한 주택 지하 1층을 찾았다. 집주인과 가족의 동의를 구한 뒤 소방대원의 협조를 얻어 현관문을 부수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쓰레기더미가 가득했다. 악취로 코를 막고 들어간 경찰은 창백한 얼굴에 뼈만 남은 권씨를 발견했다. 냉장고에도 썩은 음식뿐이었다. 경찰은 가족과 함께 권씨를 금천구의 한 정신병원으로 이송했다.

경찰과 지인에 따르면 권씨는 3년 전부터 정신질환 증세가 심해졌다. 가족까지 피하며 홀로 지하의 단칸방 안에서만 지냈다. 70대 노모가 음식을 만들어 현관문 앞에 놓고 가면 잠깐 나와 들고 가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었다. 집주인도 “3년 동안 한 달에 한 번 수도세를 받을 때 빼고는 권씨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지구대에 전화해 자신이 범죄를 당했다고 신고하고는 문을 걸어 잠그고 숨는 행동을 반복했다.

당곡지구대 순찰2팀장 전중익 경감은 “최근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고, 과거 송파 세 모녀 사건처럼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까 우려돼 직접 집을 찾아가게 됐다”고 밝혔다.

글=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