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출구’ 리비아에 횡행하는 현대판 노예시장

입력 2017-04-13 00:02
국제이주기구(IOM)가 리비아 남부의 사바에서 유럽행 꿈이 좌절된 서아프리카 출신 이민자들이 인질로 잡혀 있는 모습을 11일(현지시간) 공개했다. IOM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민자들이 리비아의 노예시장에서 공개적으로 거래되고 있다고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이날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통하는 주요 관문인 리비아의 남부 사바에서 서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을 인터뷰한 결과 노예시장에서 난민 매매가 공공연히 진행되고 있다는 증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압디커 IOM 국장은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며 “리비아는 난민과 이민자들에게 이미 ‘눈물의 계곡’”이라고 설명했다. 노예가 된 난민과 이민자는 무임금 강제 중노동과 폭행, 착취, 고문,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유린이 벌어지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감비아 등 서아프리카 출신인 난민들은 보통 200∼500달러(약 22만∼57만원)에 매매되고 두세 달을 일하다 노예시장에서 재매매된다. 오스만 벨베이시 IOM 대변인은 “난민들이 마치 상품처럼 판매되고 있다”면서 “밀수꾼들 사이에서 인간을 사고파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며 그 정도가 점차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가족을 협박해 몸값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IOM에 따르면 밀수꾼들은 정기적으로 난민의 가족에게 전화해 목소리를 들려주고 돈을 요구한다. 돈을 챙기면 또 다른 밀수꾼에게 노예로 팔아넘긴다. 만약 난민이 몸값이 안 되거나 더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되면 사살하거나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준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