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걱정 안했는데…” 보수정당의 전례없는 돈 걱정

입력 2017-04-13 05:02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왼쪽)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수도권 선거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무성 바른정당 선거대책위원장(오른쪽)이 12일 국회에서 북핵 6자회담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대선을 앞둔 보수 정당의 최대 고민은 ‘돈’이다. 후보 득표율이 두 자릿수는 돼야 선거비용의 절반이라도 돌려받는데 좀처럼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정 지지층과 유력 후보 덕에 늘 ‘실탄’ 걱정 없이 선거를 치러왔던 이들이 선거 후 당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9대 대선 후보를 낸 정당이 쓸 수 있는 선거비용 한도는 509억9400만원이다. 대선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한도 내에서 지출한 비용 전액을, 10∼15%면 절반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보전해 준다. 선거는 국가 책임으로 치른다는 선거공영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단 득표율이 10% 미만이면 한 푼도 돌려받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홍준표 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지지율은 아직 한 자릿수에 갇혀 있다. ‘문재인 대 안철수’의 양강구도가 굳어져 반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 당 살림살이에 큰 구멍이 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선거비용 총액을 410억원으로 잡았다. 선관위가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지급하는 선거보조금 119억여원(12일 기준)과 서울 여의도 당사 등을 담보로 대출받은 250억원, 특별당비 등을 합쳐 충당할 계획이다. 한국당은 이미 유세차 운영에 70억원, 선거사무원 인건비에 80억원 등 집행 계획도 확정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썼던 선거비용(479억1553만원)과 엇비슷하다. 오는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홍 후보 지지율이 치고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 이철우 사무총장은 12일 “홍 후보가 반드시 당선될 것이기 때문에 선거비용을 돌려받지 못하는 일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내부에선 이런 물량공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핵심 당직자는 “실제 410억원을 다 쓰면 우리 당은 거덜 난다”고 했다. 그는 “당선 가능성에 맞춰 선거 경비를 조정해야 하는데 다들 후보 눈치 보느라 비용 줄이자는 얘기를 못한다”며 “돈은 돈대로 다 쓰고 15% 득표 못하면 고스란히 빚으로 남게 된다”고 했다. 다른 당직자는 “후보야 대선 끝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당은 선거비용 쓰다가 절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직자들 사이에선 선거 이후 구조조정, 퇴직금 삭감설이 돌면서 뒤숭숭하다.

바른정당은 저비용·고효율 선거로 방향을 잡았다. 선거혁명을 내걸었지만 고육지책 성격이 짙다. 선거보조금은 한국당의 절반 수준인 63억여원이다. 여기에 후보 후원회 모금액과 특별당비 등을 합쳐 100억원 내에서 대선을 치르기로 했다. 때문에 유세차는 국회의원 지역구 4곳을 묶어 1대만 운영하고, 공보물도 핵심만 추려 발간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당 차원에서 선관위에 대선 후보 토론 확대 요청 공문을 보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세연 사무총장은 “보전비용도 결국은 국민 세금이기 때문에 지출 자체를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 후보도 지난 10일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2002년, 2007년, 2012년 대선 때 ‘큰집’에서 돈도 펑펑 쓰며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이번엔 완전히 다르게 해보자”고 독려했다. 그러나 실무진 사이에선 “그게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한 원외 인사는 “중앙당 지원 없이 지역구 차원에서 충당해야 할 금액이 적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때문에 선거비용이 대선 완주의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홍 후보와 유 후보 측 모두 “중도 사퇴는 없다”고 밝혔다.

권지혜 이종선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