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차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미국 칼빈슨호 항공모함 전단의 한반도 전개로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중 정상이 이례적인 통화를 통해 북핵 문제에 대한 협력을 다짐했다. 한반도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고,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에서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국이 소통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을 향해 도발을 자제하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통화는 시차를 감안하면 지난 7일(현지시간) 미·중 정상회담 이후 4일 만에 이뤄졌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오른쪽 사진) 국가주석은 12일 오전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한반도 평화·안정 유지를 견지하는 한편 평화적인 방법으로의 문제 해결을 원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어 “미국과 한반도 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협조해 나가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매체들은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는 전하지 않았지만 트럼프의 초청으로 최근 방미했던 시 주석이 미국의 환대에 대해 관례상 외교적 답례 전화를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 주석은 미국의 독자적 군사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통화를 서둘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또 정상회담과 관련해 “상호 이해 증진과 양호한 협력 관계를 형성했다”고 평가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연내 방중이 알찬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트럼프는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고 양국 정상이 긴밀하고 밀접한 접촉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중국 국빈 방문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화에 앞서 트럼프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아주 강력한 함대(항공모함 칼빈슨)를 보냈고, 아주 강력한 잠수함도 있다. 항공모함보다 훨씬 강력한 것도 있다. 김정은이 큰 실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사전 녹화된 미국 케이블 뉴스 ‘폭스비즈니스’(12일 방영)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트럼프는 사회자가 ‘한반도로 출동한 항공모함이 북한에 대해 무엇을 하느냐’고 묻자 “아무도 모른다. 군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겠다”고 답을 피했다. 하지만 이어 “우리는 아주 강력한 함대를 보냈고, 아주 강력한 잠수함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항공모함보다 훨씬 강력한 것도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11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처럼 북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호한 행동이 공습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반응을 미리 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스파이서는 또 “항모 전단은 ‘억지’와 ‘주둔’, ‘신중’ 등 여러 의미가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美-中 ‘한반도 위기’ 핫라인 조율… 정상회담 4일 만에 통화
입력 2017-04-12 18:15 수정 2017-04-12 2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