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당한 獨축구… 스포츠는 멈추지 않는다

입력 2017-04-13 00:00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지난 10일(현지시간) AS 모나코와의 2016-201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두고 훈련에 앞서 가볍게 달리며 몸을 풀고 있다. 11일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 홈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경기는 도르트문트 선수단 버스를 노린 폭탄 테러 사건으로 하루 연기됐다. AP뉴시스
세 차례의 폭탄 폭발로 파손된 도르트문트 팀의 버스(왼쪽)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트위터에 올라온 위로 메시지. AP뉴시스 , 리버풀 트위터 캡처
“넌 절대로 혼자 걷지 않는다.(You’ll Never Walk Alone)”

12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전을 치르기 위해 이동하던 독일 분데스리가의 도르트문트 팀 버스가 폭발물 테러를 당했다. 예정된 경기는 하루 연기됐지만 전 세계 스포츠 관계자 및 팬들은 도르트문트 선수단에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축구를 통해 하나로 뭉쳤다.

이날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도르트문트에 위치한 라리베 호텔에 머물던 도르트문트 선수단은 2016-2017 UCL 8강 1차전 AS 모나코(프랑스)와의 경기를 위해 팀 버스를 타고 지그날 이두나 파크로 향했다. 도르트문트 팀 버스가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텔 주차장 인근에서 세 차례 연이어 폭발물이 터졌다.

폭발 사고로 버스의 뒷좌석 창문이 깨졌고, 도르트문트의 수비수 마르 바르트라는 손목 골절상을 당했다. 구단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바르트라가 유리 파편에 맞아 오른쪽 손목 수술에 들어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UEFA는 양 팀 관계자들과 긴급회의를 거친 끝에 이날 예정됐던 경기를 13일로 하루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사건이 도르트문트 선수단을 노린 표적 테러였음을 시사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가 범행 현장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도르트문트 경찰국장 그레고르 랑게는 “세 차례 연달아 폭발물이 터진 만큼 계획된 공격(targeted attack)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또한 숙소 근처에서 폭발물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테러성 공격에도 축구팬들은 굴하지 않았다. 그리고 축구가 만국공통어라는 표현답게 모두가 하나되며 도르트문트를 응원했다. 원정 경기를 찾은 모나코 팬들은 상대팀인 도르트문트의 배너를 들고 “도르트문트”를 외쳤다. 도르트문트 응원가를 따라 부르며 상대 팬에게 위로의 메시지도 건넸다. 도르트문트 팬들도 화답했다. 트위터에 ‘bed for away fans(원정 팬들을 위한 숙소 제공)’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게시물을 올리며 경기가 하루 연기돼 오갈 데 없는 모나코 팬들을 위해 자신의 집을 숙소로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독일 언론에서는 “모나코의 원정팬들은 도르트문트와 함께함을 보여주었다. 놀라운 연민과 연대의 표현”이라고 보도했다.

타 구단 및 스포츠 명사들의 응원도 이어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은 구단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오늘 밤 도르트문트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을 생각하고 있다. 넌 절대로 혼자 걷지 않는다(You’ll Never Walk Alone)”고 응원 메시지를 띄웠다. ‘You’ll Never Walk Alone’은 도르트문트와 리버풀이 공유하고 있는 응원가 제목이다.

도르트문트의 리그 지역 라이벌인 FC 살케는 “지금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 바르트라의 빠른 복귀와 축구팬들의 안전한 귀가를 바란다”고 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지아니 인판티노 회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FIFA는 오늘 도르트문트, AS모나코 팬들과 함께하고 있다. 바르트라가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FIFA는 도르트문트에서 벌어진 사건을 비판한다. 이 사건에 관련된 추가 정보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토마스 바흐 위원장도 트위터에서 “모든 스포츠 팬들은 오늘 도르트문트를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말했다.

스페인 출신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파우 가솔(샌안토니오)은 바르트라에게 “더 강해지고 용기를 가져라”고 격려의 말을 전했다. 도르트문트 측은 구단 공식 SNS 계정을 통해 “경기장 안팎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친절한 메시지를 보내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FC 바르셀로나(스페인)는 이날 이탈리아 토리노의 유벤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8강 1차전에서 0대 3으로 완패했다. 바르셀로나는 2차전에서 세 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4강에 오를 수 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