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만화 ‘엑스맨’에 이슬람 극단주의 메시지 印尼 인기 만화가 퇴출

입력 2017-04-12 19:04

마블 코믹스의 유명 영웅만화 ‘엑스맨’에 이슬람 극단주의를 상징하는 메시지를 새겨 넣은 인도네시아 출신 인기 만화가 아르디안 샤프(37)가 결국 퇴출당했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마블 코믹스는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관용과 공존이라는 자사의 가치관을 훼손한 것으로 보고 샤프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또 해당 만화책을 전량 회수해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할 방침이다.

샤프는 최근 출간된 엑스맨 시리즈 신작 ‘엑스맨 골드’ 1권에 반(反)기독교적인 암호를 집어넣었다. 한 등장인물의 티셔츠에 코란 5장 51절을 뜻하는 ‘QS 5:51’을 새겨 넣었고(사진), 배경 건물에는 ‘212’라는 숫자를 그려 넣었다.

이는 오는 19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주지사 결선투표를 앞두고 중국계 기독교인인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 주지사의 재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푸르나마는 지난해 9월 대중 연설에서 ‘무슬림은 기독교인과 유대인을 지도자로 삼아선 안 된다’로 해석될 수 있는 코란 5장 51절을 일컬어 “‘코란이 무슬림이 아닌 지도자를 금한다’고 왜곡하는 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슬람 강경파는 지난해 12월 2일 푸르나마가 신성을 모독했다며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날짜를 따서 ‘212시위’로 불리게 됐다.

SF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후보에 올랐던 전도유망한 만화가 샤프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경력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QS 5:51’과 ‘212’는 정의의 숫자로 코란을 향한 나의 애정을 드러낸다”며 “DC 코믹스의 슈퍼맨을 그렸어도 같은 메시지를 담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