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 교회가 있었다] 목공방 열고 목요기도회 100회 돌파… 유족들 삶 보듬어

입력 2017-04-13 00:04
세월호 참사 유족들이 합동분향소 옆 컨테이너에 마련된 ‘416 희망목공방’에서 나무를 다루고 있다. 국민일보DB
경기도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개신교 기도처 부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목요기도회 장면. 국민일보DB
여의도순복음교회 성도들이 경기도 안산 원곡동 보성전통종합시장에서 장을 보고 있다. 국민일보DB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의 삶의 터전인 안산은 참사 전후로 분위기가 엇갈린다. 한사람 건너면 거의가 희생자나 그 가족·친지·친구들이었기에 매사가 조심스러웠다. 지역 축제와 각종 행사는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북적대던 시장거리도 한동안 한산했다. 먹구름 가득했던 안산에 햇살을 비춘 이들은 여기저기서 달려온 이웃 교회와 크리스천들이었다.

안산 향한 희망의 전사들

세월호 참사로 딸을 떠나보낸 유해종(57)씨는 매주 목요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 옆 목공방으로 향한다. 나무를 깎고 자르고 다듬어 작품을 만드는 일을 시작한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참사 직후엔 실의에 빠져서 도무지 희망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나무를 만지면서부터 잡념도 사라지고, 마음가짐이 달라지더라고요.”

그에게 목공일을 통해 희망과 용기를 선물해준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교회와 목회자였다.

2년 전쯤 세월호 희생자 가족 10여명이 경기도 용인의 고기교회(안홍택 목사) 목공방을 견학한 게 계기였다. 이후 유족들은 컨테이너 2동을 구했고, 고기교회 측은 작업테이블 6개를 만들어줬다. 감리교와 장로교(예장통합) 등 일부 교단도 십시일반 물품을 지원했다. 2015년 9월 ‘416 희망목공방’ 현판을 내건 이후 지금까지 교육과정을 수료했거나 진행 중인 유가족 ‘아빠’들은 총 10명에 달한다.

안홍택 목사는 12일 전화통화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유족들 입장에서는 진실 규명이나 수습이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었다”면서 “하지만 목공은 마음먹고 구상하고 계획한대로 완성품이 나오니까 이 분들이 나무를 만지면서 마음의 위로를 많이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 6시 안산 정부합동분향소 개신교 기도처에서 진행되는 목요기도회는 어느덧 유족들이 기다리는 모임이 됐다. 2015년 1월 첫 모임을 가진 이래 100회를 훌쩍 넘어선 기도회에는 유가족 10여명과 목회자와 신학생 등 20여명이 모이고 있다.

실무를 총괄하는 예장통합총회 소속 김영명 목사 얘기다. “유족들은 ‘우리가 잊히고 있다’는 두려움이 큽니다. 목요기도회는 한국교회가 그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동행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 같아요. 유족들이 중단을 원할 때까지 기도회는 이어갈 겁니다.”

유족들의 버팀목, 안산의 교회들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69명은 안산 희망교회(김은호 목사)가 있는 와동 주민들이다. 이웃 간 소통이 활발했던 터라 참사로 인한 주민들의 정신적 상처는 깊었다. 마을 분위기도 덩달아 침체됐다.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느낀 김 목사는 교회와 마을이 공동 운영하던 작은 도서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노란리본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김 목사는 “리본 만드는 일이 대단한 건 아니지만 주민들 스스로 나 자신이 무엇인가 기여하고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주민들 간의 ‘이웃대화모임’도 9차례 진행했다. 이후 경기도 공동복지모금회로부터 지원을 받아 이웃대화모임 진행자 양성과정 교육과 평화교육도 진행했다. 2015년부터는 주민자치회 등과 함께 유족간담회와 백일장, 합창공연 등으로 꾸민 ‘4·16을 기억하는 주민한마당’을 개최하며 유족과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는 데 힘을 쏟았다. 유족들 일부는 감사편지를 보내왔다.

안산동산교회(김성겸 목사)는 출석 성도 가운데 참사로 8명을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교회는 이후 희생자 중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했던 한 학생의 이름으로 매년 전도상과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미션스쿨인 안산 동산고 역시 참사 이후 매일 반별로 진행되는 경건회와 수요채플 시간마다 세월호 유족을 위로하는 기도를 빼놓지 않는다. 이 학교 교사 A씨는 “세월호 유족들을 위한 김장행사가 단원고에서 열렸을 땐 또래 자녀들을 둔 인근 학교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다”며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데 모두가 한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안산 시장 살리기 12차례 장보기도

안산시기독교연합회(안기련)는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안산 합동분향소 앞에서 개신교 봉사 부스를 관리했다. 안기련은 또 굿피플과 업무협약을 맺고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심리치료도 지원했다. 안산지역 교회 목회자와 사모를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예방과 치료’를 주제로 워크숍을 여는가 하면 희생자와 실종자가 출석했던 교회를 방문해 집단 트라우마 치료를 진행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 성도들의 재래시장 ‘의리 방문’도 교계 안팎의 화제였다. 2014년 4월부터 지난 5일까지 3년 동안 안산 원곡동 보성전통종합시장을 모두 12차례 방문한 것. 성도 등 연인원 1만여명이 이곳에서 장을 보며 사랑의 온기를 불어넣었다.

장창일 이사야 최기영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