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력수급 정책이 비용과 환경 문제 등 각종 이해관계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 배출 주범으로 지목된 석탄발전소를 줄여가겠다고 공언했지만 올해 새롭게 들어서는 석탄발전소만 6기에 이른다. 전력대란을 겪으며 대거 세워진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는 친환경적이지만 운영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놀리면서 여전히 값싼 석탄 발전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석탄발전소가 설치된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건설될 석탄발전소는 총 6기다. 이 중 북평 1호기는 지난달부터 상업가동을 시작했고 태안 10호기와 신보령 1·2호기, 삼척그린 2호기, 북평 2호기가 건설 중이다. 여기에 건설 계획 중인 석탄발전소는 9기다. 지난 3일 산자부가 전원개발사업추진심의위원회를 열어 건설 실시계획을 승인한 당진에코파워 석탄발전소 등이 포함돼 있고 2019∼2021년 상업가동될 예정이다.
정부의 석탄 발전 관련 정책은 이중적이다. 정부는 2015년 제7차 전력수급 계획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공언했었다. 건설계획 단계에 있던 석탄발전소 4기의 계획을 철회하고 노후한 석탄발전소 10기를 차례로 폐쇄한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폐쇄될 노후 석탄발전소 10기의 설비용량은 3345㎿에 불과하다. 반면 새롭게 생길 석탄발전소의 설비용량은 1만8144㎿에 달한다.
환경단체와 지역사회는 반발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5년 석탄발전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현재보다 52.4%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는 8.4%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석탄발전소는 현재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27%를 내뿜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미세먼지 발생을 우려한다.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주요 배출원이다. 전국 25개 광역·기초자치단체가 참여한 ‘에너지정책 전환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는 지난 11일 국회를 방문, 당진 에코파워 석탄발전소 사업계획 승인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석탄발전소가 집중돼 있는 충남과 강원 지역 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다.
갈피를 못 잡는 정부의 석탄발전소 정책은 결국 돈 때문이다. 석탄발전은 원자력을 제외하면 발전단가가 가장 싼 기저발전원이다. 단가에 따라 원자력→석탄→LNG 순으로 발전소가 가동된다. 문제는 발전설비가 남아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발전설비 용량은 11만5000㎿ 수준이다. 그러나 실제 소비되는 전력량은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전력소비량이 급증하는 여름(7∼8월)에도 가동되지 않는 발전소 비율(설비예비율)은 20% 안팎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발전소의 절반 수준이고 미세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LNG발전소는 한여름에도 가동률 50%를 넘지 못했다. 지난해 LNG발전소 가동률은 평균 38% 수준이었다. 민간 LNG 발전사의 영업이익도 곤두박질치면서 발전소 운영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석탄발전소 발전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석탄 발전 설비가 전체 설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30%다. 하지만 실제 발전량 중 석탄발전량은 38%에 달했다. 반면 전체 발전설비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31%)을 차지하는 LNG발전소의 발전량 비중은 21%에 그쳤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석탄 발전량을 설비 비중인 30% 수준으로 제한하고, 환경적으로 부담이 덜한 LNG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환경 문제와 지역 갈등 같은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하면 석탄 발전은 결코 값싼 발전원이 아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석탄발전소 수를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대체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대체 과정에서 LNG발전소가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주자들도 관련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과 낡은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당진 에코파워 1·2호기의 승인을 취소하고 미착공 상태 석탄발전소 4기를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투데이 포커스] 미세먼지 난리인데… ‘반대’로 가는 정부
입력 2017-04-13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