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美 군사행동시 ‘사전협의’ 요구… 한반도 위기 부채질

입력 2017-04-13 05:00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1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5차 회의에서 무릎을 꿇은 듯 자세를 낮춘 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오른쪽)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북한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부활시켰다. 뉴시스

북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일본의 밀월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직접 당사자는 한국인데도 마치 북한 문제 조율을 위한 미국의 최종 파트너가 일본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양국의 ‘찰떡 공조’ 속에 재무장을 꿈꾸는 일본이 한반도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2일 최근 일본이 미국에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기 전에 우리와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고, 미국이 이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외교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도 미국이 즉각적인 군사행동에 돌입하지 않고, 양국 간 협의를 거친 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려는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주변으로 항로를 선회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의 공동 훈련 일정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방위성이 해상자위대 함정과 칼빈슨호 항모 전단의 공동 훈련을 펼치기 위해 미 해군과 조율에 들어갔으며 훈련 장소로 규슈 서쪽 해역과 동중국해를 물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공동 훈련은 총리실이 승인했고, 일본 정부 관계자도 “미·일 공동행동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 문제로 더욱 공고해진 미·일 양국의 공조에 대해 일본 내에서도 ‘역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신문은 “해상자위대와 칼빈슨호 전단의 공동 훈련은 군사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을 양국이 함께 견제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북한의 반발로 군사적 긴장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위기론을 연 이틀 부채질하고 나섰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긴장이 높아지는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일본 국민의 피난이 필요한 경우까지 포함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피난책 마련이 사실임을 공식 확인했다. 앞서 일본 외무성도 전날 자체 운영하는 해외안전 홈페이지에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하고 있으므로 한반도 정세에 관한 정보에 계속 주의해 달라’는 안내문을 게재했다. 외무성은 특히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한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최신 정보에 주의해 달라’고 밝혀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극도로 고조된 듯한 인상을 심어줬다.

스가 장관은 회견에서 일본이 미국에 군사행동 사전 협의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한국의 반발을 우려해 부인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