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12일 두 번째 기각되면서 지난해 8월 검찰 특별수사팀 출범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와 검찰 특별수사본부를 거치며 8개월 가까이 지속된 우 전 수석 수사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된 우 전 수석을 단죄할 기회를 놓치면서 검찰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련의 수사에서 검찰에 대한 자체 조사가 미진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수팀은 우 전 수석의 연수원 동기인 윤갑근 대구고검장에게 지휘를 맡겨 수사착수 단계부터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늑장수사로 부실수사 논란도 자초했다. 지난해 8월 23일 출범한 특수팀은 우 전 수석 소환을 미루다가 그가 경질된 이후인 그해 11월 6일이 돼서야 소환에 나섰다. 그나마 조사 도중 후배 검사들 앞에서 팔짱을 낀 우 전 수석 사진이 공개되며 ‘황제 소환’ 비판이 거셌다. 우 전 수석의 자택도 11월 10일에야 뒤늦게 압수수색했다. 뒤늦게 건진 것은 우 전 수석의 ‘깡통 휴대전화’뿐이었다. 결국 특수팀은 지난해 12월 특검이 출범하자 수사기록을 특검에 넘긴 뒤 수사를 종료했다.
특검의 우 전 수석 수사도 순탄치 않았다. 우 전 수석은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를 통해 2014년 세월호 수사 등 다양한 사건에 수사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우 전 수석이 개인비리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던 지난해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여러 검찰 수뇌부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우 전 수석이 법무부 검찰국을 동원해 특별감찰관실 해체를 주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특검은 법무부 관련자와 현직 검사들은 한 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특검 관계자는 “우 전 수석 수사 대상을 놓고 특검 파견 검사들과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특검 수사를 이어받은 특수본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 수사에 집중했다. 반면 우 전 수석의 수사압력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뇌부 조사 내용은 속 시원하게 밝히지 않았다. 특수본 관계자는 “검찰 수뇌부에 대해 필요한 부분은 일정부분 했지만 수사외압 등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사 방법과 시기는 밝힐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우 전 수석 수사는 현직 검찰 수뇌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검찰이 서둘러 봉합한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왔다. 임은정 의정부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우 전 수석 수사가 제대로 안 된 것은 검찰 수뇌부 수사가 진행이 안 됐기 때문”이라며 “검찰 스스로 자초한 결과로, 검찰이 국정농단을 도운 셈”이라고 비판했다.
특수본은 “향후 수사상황이나 수사팀 내부 논의 등을 거쳐 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 번째 영장이 청구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글=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사진=최현규 기자
우병우 영장 기각… 8개월 禹수사 사실상 물거품
입력 2017-04-12 19:15 수정 2017-04-12 2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