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화려해진 평양… 北 인사는 한국정치 큰 관심

입력 2017-04-13 03:00
지난 6일 평양에서 결혼식을 마친 한 쌍의 부부가 하객들과 함께 ‘5.1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여자아시안컵 예선 B조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 3일 평양을 찾은 한국 취재진은 방문 첫날부터 북한 관계자들의 한국 정치 상황을 묻는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북한의 대남관계 전문 기관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은 취재진에게 다음 달 치러지는 한국 대선뿐만 아니라 세월호 사건·최순실 게이트 등에 대해 쉴새없이 물어봤다. 대선과 관련해서는 “다음달 9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될 것 같습니까”“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많이 오르고 있다던데 사실입니까”하고 물어 보기도 했다. 또 취재진에게 “박근혜가 탄핵당하는 수치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그럼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박근혜가 세월호 때 주사를 맞은 게 사실입니까” 하는 식의 질문을 쏟아냈다. 체육부 기자라 잘 모른다고 하면 “어떻게 기자 선생들이 모를 수 있습니까”라며 웃었다.

한편, 평양은 화려한 대형 극장 같았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선전 문구와 높이 솟은 빌딩, 신식으로 꾸며진 거리는 체제 선전을 위한 소품처럼 느껴졌다.

지난 3일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한국 선수단과 취재진의 숙소였던 양각도국제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창안거리, 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 화려한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민화협 관계자는 “려명거리 어떻습니까? 저 건물엔 전부 노동자들이 삽니다. 간부는 안 삽니다” 하고 설명했다. 려명거리는 대북 제재의 무용론을 선전하기 위해 평양에 조성되고 있는 북한판 신도시다. 평양에 사는 이들은 대체로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호텔과 경기장을 오갈 때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평양 거리 뒤엔 어두운 단면도 드러났다. 평양 외곽에선 나물을 뜯는 허름한 차림의 노인들이 눈에 띄었고, 낡아 곳곳에 금이 간 흔적을 드러낸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항으로 이어진 도로는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아 버스가 흔들리기 일쑤였다.

평양=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