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발표한 경제정책 J노믹스는 허황된 장밋빛 수치로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이명박정부의 ‘747 공약’(연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대 강국 진입)이나 박근혜정부의 ‘474 공약’(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 달러)은 결국 허언이 돼 버렸다.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다보니 ‘사람 중심의 성장경제’라는 다소 모호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으로 판단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 대기업의 갑질을 막고 중소기업과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재벌개혁 공약도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가기 위해 도입할 때가 됐다고 본다.
하지만 J노믹스를 뜯어보면 우려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연 3.5%인 정부 재정지출 규모를 7%로 확대해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고 하지만 국가부채가 140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나라 곳간이 ‘화수분’도 아니고 어떻게 감당하려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아직은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양호한 수준이지만 마구잡이로 퍼주다 보면 재정이 파탄난 그리스 꼴이 되지 말란 보장이 없다. 돈은 퍼붓겠다고 하면서 재정충당 대책도 미흡하다. 5년간 세수 자연증가분 50조원과 법인세 실효세율 조정 등을 통해 조달하고 부족하면 증세하겠다고 했는데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다를 바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추경부터 편성하겠다고 한 것은 역대 정부의 습관적인 추경 편성 관행을 답습하는 듯해 씁쓸하다. 추경은 국가재정법에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장기간 경기침체 등 불가피한 경우 편성하도록 엄격히 제한해 놓고 있다. 수출·소비·고용 등 꽁꽁 얼었던 경제지표가 풀릴 조짐을 보이는데 추경이라니 뜬금없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 도약하려면 정부 주도의 재정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는 적정한 재정 집행을 통해 민간 투자와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마중물 역할만 하면 된다. 기업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되 공정한 시장 질서를 흐트러뜨리는 불공정 행위에 대해선 엄벌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사설] 나랏돈 써서 경제 살리겠다는 J노믹스 우려스럽다
입력 2017-04-12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