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은 말로만 부르짖는 검찰 개혁은 아무 소용이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은 수차례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사가 그렇게 진행됐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팔짱을 끼고 조사를 받는 ‘황제소환’ 이미지만 굳혔다. 황제소환은 검찰 내부에서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장면이다. 제 식구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진 검찰에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고 있다.
이렇게까지 된 데는 검찰의 책임이 크다. 수사와 기소뿐 아니라 모든 법집행이 순간적인 국민감정이나 들끓는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때 검찰은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우 전 수석 소환을 앞두고 “지금까지 46명을 불러 여러 혐의를 강도 높게 조사했다”며 수사가 미진하다고 보도한 언론에 섭섭한 감정을 강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 9일 법원에 청구한 우 전 수석의 사전구속영장에는 광주지검의 세월호 관련 수사 외압, 특별감찰관실 해체 주도 등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담기지 않았다. 이를 영장 혐의사실에 기재하려면 지난해 7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우 전 수석과 수시로 전화 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난 현 검찰 수뇌부를 조사해야 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늘 개혁을 주장했다. 역대 검찰총장은 한 명도 빠짐없이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권력 눈치보기를 막기 위해 마련된 검사의 청와대 파견금지 조항조차 사표를 쓰고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검사로 재임용되는 ‘꼼수’로 무력화시켰을 정도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았다. 이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 검사장 직선제 등 지금까지 나온 모든 방안을 원점부터 검토해 무소불위 검찰권을 견제할 근본적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사설] 검찰개혁 당위성 다시 보여준 우병우 영장기각
입력 2017-04-12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