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 준비 끝낸 ‘꼬마 자동차’

입력 2017-04-13 05:00
르노삼성 '트위지'
1∼2인승 초소형 전기차가 한국 도로를 달릴 준비를 끝냈다. 하지만 법 규정은 여전히 미비해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일 폐막한 서울모터쇼에선 수억원대의 슈퍼카 사이에서 초소형 전기차가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르노삼성의 부스에는 초소형 전기차의 첫 번째 상용모델인 ‘트위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트위지는 오는 6월 한국에 출시된다.

국내 중소기업들도 자체 기술력을 앞세워 1∼2인승 전기차를 내놨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를 만드는 대창모터스는 조만간 ‘다니고’를 시장에 내놓는다. 반도체와 휴대전화용 카메라모듈을 제조하는 캠시스도 2인용 전기차를 선보였다.

이들 업체는 최근 정부가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충전기 설치 등 인프라 확보에 주력하자 전기차 생산·개발에 뛰어들었다. 초소형 전기차는 북유럽과 미국 등에서 은퇴자나 통학·출퇴근용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는 외형상 전체 길이가 2.2m 안팎에 바퀴 3∼4개와 2개 이하의 문을 갖고 있다. 트위지는 전장 2335㎜, 전폭 1233㎜, 전고 1451㎜로 이륜차처럼 시트 두 개가 일렬로 놓여 있고 측면 유리창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다니고는 우리나라 기후에 맞춰 유리창을 만들었고 냉난방 기능도 갖췄다. 그러나 초소형 전기차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번번이 제동을 건 게 있다. 바로 정부의 규제다.

지난해 6월 국토교통부는 트위지의 임시운행 허가를 취소하라고 서울시에 통보했다. 당시 르노삼성, 서울시는 BBQ와 트위지 시범운행을 추진하고 있었다. 국토부는 트위지가 자동차관리법의 차종 분류 기준에 어긋나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국토부가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특례규정을 둬 초소형 전기차에 ‘외국의 자동차 안전 및 성능에 관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는데 해외 안전규정에 맞춰야 하는 이상한 구조”라며 허탈해했다.

최근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국토부는 초소형 전기차가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도록 막았다. 서울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의 경우 제한속도가 시속 80㎞인데 트위지나 다니고의 최고 속도는 시속 80㎞에 그친다. 따라서 트위지가 운행될 경우 속도가 느려 주행을 방해할 뿐 아니라 운전자 안전에도 위협이 된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매번 발목을 잡자 비난도 커지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에 대한 법 규정을 마련하지 않고, 기존 법을 근거로 규제하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르노삼성은 아시아 시장 공략의 ‘테스트베드’로 한국을 선택했고, 트위지 생산라인까지 구축했지만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다면 마케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12일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며 “업계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초소형 전기차 운행의 안전규정을 이르면 7∼8월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