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축구가 평양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열악한 원정 환경 속에서 강호 북한을 제치고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11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대회 예선 B조 마지막 경기에서 4대 0으로 이겼다. 3승1무(승점 10)를 기록한 한국은 개최국 북한(3승1무)을 골 득실차로 제치고 B조 1위로 한 장뿐인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윤덕여호’는 2019년 3월 열리는 국제축구연맹(FIFA) 프랑스 여자월드컵 출전 가능성도 높였다. 내년 4월 7일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5위 이상의 성적을 거두면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따낸다.
한국은 유영아(전반 21분)의 선제골과 지소연(전반 23분), 조소현(전반 42분)의 연속 골로 3-0 리드를 잡은 채 전반을 마쳤다. 후반 8분엔 지소연이 쐐기골을 터뜨렸다.
주장 조소현은 이날 한국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리며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 가입을 자축했다. 국내 여자 축구에서 A매치 100경기 출장은 2015년 권하늘(103경기), 2016년 김정미(109경기)에 이어 조소현이 세 번째다.
이번 대회에서 태극낭자들이 보여 준 기개와 투혼은 놀라웠다. 인도와의 1차전에서 10대 0 대승을 거둔 뒤 2차전에서 우승 후보 북한과 비겼다. 홍콩과의 3차전 6대 0 승리에 이어 우즈베키스탄마저 제압하며 최상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특히 5만 관중이 들어찬 북한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야유와 일방적인 응원에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선전해 1대 1 무승부를 거뒀다. 북한전에서 정설빈은 교체 투입된 뒤 왼팔을 다쳤지만 아픔을 참고 뛰었다. 전반 5분 북한 선수가 페널티킥을 잡아낸 골키퍼 김정미를 가격하자 한국 선수들은 북한 선수들과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과 같은 몸싸움과 신경전을 벌였다.
투혼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윤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체력 강화 훈련과 맞춤 훈련에 공을 들였다. 한국은 북한과의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정설빈의 선제골로 앞서 가다 마지막 10분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윤 감독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
또 북한의 대규모 응원에 대비하기 위해 확성기 소음을 활용해 훈련했다. 지난달 24일엔 윤영길 한체대 교수를 초빙해 선수들의 멘탈을 강화하기도 했다. 스포츠 심리 전문가인 윤 교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동메달, 2015년 캐나다여자월드컵 16강 현장에서 여자대표팀의 멘탈 코치 겸 힐러로 동행한 바 있다.
윤 교수는 이번엔 “이제 (북한을) 이길 때가 됐다”는 메시지를 선수들의 가슴에 심었다.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13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평양의 기적’ 女축구, 아시안컵 본선行… 윤덕여호, 우즈벡에 4대 0 완승
입력 2017-04-11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