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北風’… 문재인·안철수 안보 우클릭

입력 2017-04-12 05:03

대선 주자들의 ‘안보 경쟁’이 시작됐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지자 안보 이슈가 대선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양강 구도를 형성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보 우클릭’이 가시화되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에 대한 전략 수정도 이뤄졌다. 안보 안정감을 강조해 대선 승패의 키를 쥔 중도층 표심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11일 오후 당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작심한 듯 강성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한반도에 다시 참화가 벌어진다면 국민의 생명과 국가 안위를 걸고 저부터 총을 들고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북한에 분명히 경고한다. 우리는 인내할 만큼 인내했고,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군은 북한 모든 전력을 순식간에 무력화시키고 재기 불능의 타격을 가할 압도적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특히 “북한이 핵 도발을 계속하고 중국이 북한 핵을 억제 못한다면 사드 배치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사드 배치 여부는 전적으로 북한 태도와 중국 노력에 달려 있다”고도 했다. 사드 배치는 차기 정권이 결정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에서 오른쪽으로 한 걸음 이동했다.

문 후보는 국회의장이 주재하고 5당 대표와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5+5 긴급안보비상회의’ 개최도 공개 제안했다.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공격을 차단하고 이슈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안 후보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핵 문제야말로 한국 안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맹국인 미국과 공조해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굳건한 한·미동맹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사드 배치에 대해서도 “대선은 후보 중심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당내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일 관훈토론회에서 이미 “상황이 바뀌면 입장이 바뀌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사드 배치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면담하고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수정할 필요성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가 국가 간에 이뤄진 협약은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계속돼야 하기 때문에 사드 반대 당론 수정을 요구했다”며 “검토하겠다”고 호응했다.

보수정당 주자들은 문 후보와 안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며 안보 이슈를 부각했다. 보수 진영의 강점을 살려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좌파 1중대, 좌파 2중대”라며 “(문 후보 제안은) 국민을 상대로 한 안보정치 쇼”라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문 후보는 사드를 이제까지 반대해 왔고,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다”며 “무슨 자격으로 각 당 대표와 후보를 다 모으려는 건지 오만한 태도”라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