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으로 삼고 저자가 써내려간 예레미야 강해서이다. 전통적인 강해서 형식을 취하지는 않았다. 시 소설 영화 역사 철학 등 저자가 독서와 삶의 경험을 통해 길어 올린 통찰과 성찰의 편린이 우리를 예레미야의 심장 앞으로 이끈다.
‘눈물의 선지자’로 불리는 예레미야에게 주어진 임무는 가혹했다. 왕국의 타락상을 지켜보며 그는 동족들에게 회개하지 않으면 나라가 패망할 것이라고 눈물로 경고했다. 하지만 예언자의 간곡한 호소는 허사였다. 예언대로 예루살렘은 패망하고, 백성들은 포로가 되어 바벨론으로 끌려갔다. 예레미야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포로생활에 지친 동족들에게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라고 눈물로 당부한다. 절망의 시간을 횡단하며 희망이 틈입할 여지를 만드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이들의 소명으로 믿기 때문이다.
저자는 예언자의 사명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예언자의 말을 받아들여서 자기들의 삶의 방식을 돌이켜 재앙을 면하는 것이 예언의 성공입니다. 예언의 말이 그대로 성취되면 실패한 예언자가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를 보내신 것은 백성을 구하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292쪽)
정의와 공의가 무너지고 변화를 갈망하는 촛불이 들불처럼 일어나는 시대에 구약성서 ‘예레미야’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이 시대에 예레미야를 읽는 것은 길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며, 우리를 길들이려는 세상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이 그러한 길을 모색하는 이들 앞에 던져지는 희미한 불빛이 되길 소망했다.
저자는 하나님이 백성들에게 요구한 것은 ‘제사’가 아니라 ‘순종’이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네시는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라고 간곡히 당부한다. “하나님이 명하신 것은 ‘너희는 내 목소리를 들으라’는 것뿐이었다…하나님과 그 백성 사이에 맺어진 언약은 오직 ‘들음’을 통해 지속된다…들음은 변화를 향해 자기를 개방하는 행위이다.”(107쪽)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
눈물의 땅에서 길을 찾는 이들에게 주는 예레미야의 지혜
입력 2017-04-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