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세월호 공연 봇물 “세월호는 한국사회의 홀로코스트 같은 고통”

입력 2017-04-13 00:00
극단 신세계의 ‘사랑하는 대한민국’ 한 장면. 지난해 7월 대학로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들이 기획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랐다. 극단 신세계 제공
안산거리극축제 프로그램 가운데 이동형 공연 ‘안산순례길’의 한 장면.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에서 지난해 5월 열렸다. 안산거리극축제 제공
올해 한국 연극계는 세월호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광화문광장 블랙텐트에서 올 초 공연된 극단 연희단거리패의 ‘씻금’이 그 시작. 지난 2010년 전남 진도에 있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이번에 다시 공연되면서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장면이 추가됐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는 올봄에도 세월호 연극들이 유난히 많이 눈에 띈다. 4월에는 극단 신작로와 극단 감동프로젝트가 공동 제작한 연극 ‘그렇게 산을 넘는다’(5∼8일 아라리오뮤지엄 소극장),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내 아이에게’(10∼16일 성북마을극장)가 관객과 만났다. 두 작품은 세월호 희생자의 부모를 소재로 했다. 예술공동체 단디는 ‘볕드는 집’(20∼24일 소극장 혜화당)을 공연한다. 두 작품은 아이의 실종이라는 소재를 통해 세월호 이후 한국 사회의 모습을 그렸다.

5월에는 단원고가 있는 경기도 안산에서 열리는 안산거리극축제(5∼7일)를 주목해야 한다. 안산거리극축제는 세월호 참사 이듬해인 2015년부터 세월호와 관련된 고민을 프로그램에 담았다. 2015년엔 치유, 2016년엔 회복 그리고 올해는 희망을 주제로 삼았다.

이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2015년부터 이어진 ‘안산순례길’이다. ‘안산순례길’은 세월호를 온몸으로 기억하고 사유하기 위해 예술가들과 시민들이 안산이라는 도시를 함께 걷는 이동형 공연이다. 그동안 총연출을 맡은 윤한솔을 비롯해 참가 예술가들 대부분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혜화동 1번지 6기 동인들의 기획초청 시리즈 ‘세월호’(7월 6일∼8월 13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연극계의 기대주들로 꼽히는 이들은 2015년부터 세월호를 테마로 기획 공연을 올려왔다. 올해는 극단 달나라 동백꽃의 ‘검은 입김의 신’(고연옥 작·부새롬 연출),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구자혜 작·연출) 등 8편이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많은 연극이 세월호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을 예정이다. 올해 3주기이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몰락 등 시국이 바뀐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안산순례길’의 고주영 프로듀서는 “많은 예술가들이 세월호에 대해 부채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후일담 형식으로 쉽게 다뤄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관련 연극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피해자를 넘어 한국인의 외상이 되어가고 있으며 도덕적 보편성의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세월호를 소재로 ‘노란 봉투’ 등을 쓴 극작가 이양구는 “홀로코스트가 유태인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외상이 된 것처럼 세월호는 한국에서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면서 “특히 연극계는 세월호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우가 유난히 많아서 유가족의 고통에 더욱 동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는 이제 한국인의 가치관을 재정립하는 전환점이 됐으며, 한국 연극계는 세월호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