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겨냥’ 美 전략자산 집결… 선제공격보단 위협용

입력 2017-04-12 05:48

‘4월 한반도 위기설’이 올해도 어김없이 제기됐다. 북한의 주요 정치행사가 몰려 있어 도발 가능성이 가뜩이나 큰 데다 북한은 6차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도발을 공언한 상태다. 특히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행정부에서 거듭 제기되는 ‘대북 선제타격론’도 한반도 위기설을 현실화할 변수로 등장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의 유례없는 한반도 배치가 이런 위기설을 증폭시키고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11일 국무회의에서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한반도 상황은 심상치 않다. 미국 핵항공모함 칼빈슨호는 항로를 돌연 변경해 15일쯤 한반도 해상으로 오고 있고, 다른 전략무기들도 한반도, 일본, 괌 등에 전격 배치됐다. 북한도 김일성 생일(15일·태양절), 인민군 창건일(25일)에 즈음해 대대적인 열병식을 하기로 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미군이 최근 한반도 인근에 배치한 전력으로만 봐도 언제든 북한 폭격은 가능하다. 괌 미군기지에는 전략폭격기가 대기 중이고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도 배치됐다. 주일미군기지에는 스텔스 전투기 F-35B와 24시간 북한 감시가 가능한 고고도정찰기 글로벌호크도 배치됐다. 칼빈슨호 외에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도 일본 요코스카에서 대기 중이다.

‘말 대 말’의 수위도 높아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북핵 제거를 위한 모든 옵션’을 선언했다. 북한도 지지 않고 11일 “선제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선제타격하려는 사소한 움직임이라도 보인다면 강위력한 핵타격 수단들로 침략과 도발의 본거지를 모조리 초토화해버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하지만 이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군사적인 충돌로 전격 비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군사·외교 전문가들의 평가다. 북한 선제타격에 따른 후폭풍이 워낙 큰 탓이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미국이 한국 정부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북한을 선제타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칼빈슨호 배치는 북한이 오판하지 않도록 단호한 대응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도 CNN 인터뷰에서 “칼빈슨호의 한반도 이동은 공격용이라기보다 방어용”이라고 말했다.

만약 미국의 선제타격이 이뤄질 경우 북한이 대응 보복에 나서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도 상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 인근에 배치된 한·미 양국의 군사력으로는 북한 보복을 완전히 압도하기는 어렵다.

정부 소식통은 “1994년 미국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고려했을 당시 한반도 주변엔 항공모함만 5척이 배치됐고, 아파치 헬기 대대 등 전력이 추가 배치됐었다”며 “당시엔 미국민 소개 명령도 있었지만 현재는 그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군 전력이 현대화되고 일부 전력은 한반도에 추가 배치됐지만 전면전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내 미국민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최근 미국이 보여주는 강력한 행동은 ‘더 이상의 도발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북 경고인 동시에 ‘북한을 제지 못하면 군사적 행동도 불사한다’는 대중 압박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와 군 당국도 4월 한반도 위기설 진화에 주력했다. 국방부는 “최근 SNS 등에 유포되는 한반도 안보 상황의 과장된 평가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교부도 “(한반도 위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