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경제인사이드] 진화하는 파티… 문화·가치 공유형으로 업그레이드

입력 2017-04-13 05:02
지난해 6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프랑스 궁정문화를 재현하는 화이트 디너 파티 ‘디네앙블랑’ 행사장에서 흰 옷으로 한껏 멋을 낸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위 사진). 서울신라호텔은 오는 21일 야외 수영장 ‘어번 아일랜드’ 개장을 기념한 아웃도어 파티를 개최한다. 아래 사진은 지난해 어번 아일랜드 파티 공연 모습. 각 업체 제공

서양 문화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파티’가 국내에서도 싹을 틔우며 진화하고 있다. 사교를 목적으로 시작됐던 파티는 한때 국내에서 젊은 세대들의 무분별한 클럽 문화와 섞이며 부정적인 문화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친목 도모를 통해 문화와 가치를 공유하는 참여형 파티가 대세를 이루면서 다양한 형태의 파티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

생일파티에서 소셜파티로의 진화

지난해 6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 일대에는 머리 끝 부터 발 끝 까지 흰색 옷과 아이템을 걸친 인파가 몰려들었다. 흰색 옷을 입은 이들은 동시에 흰색 냅킨을 흔드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행사 시작을 알리는 세리머니다. 이 행사는 화이트디너코리아가 주최한 ‘디네앙블랑(Le Dinner en Blanc)’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 야외 디너파티를 표방하는 이 행사는 지난해 인기에 힘입어 올해 서울(5월 27일)과 부산(8월 26일)에서 확대 개최될 예정이다.

이 파티의 목적은 없다. 방식도 까다롭다. 장소도 당일 공지된다. 음악을 즐기는 페스티벌형 파티도 아니고 음식이 제공되는 행사도 아니다. 식기부터 테이블, 의자, 음식까지 참석자들이 직접 다 준비해야 하는 ‘BYO(Bring Your Own)’ 방식이 파티 참가 룰이다. 1인당 5만5000원(49달러)을 내면 작은 기념품 정도만 주어진다. 이 소셜파티는 모르는 이들과 한 공간에서 각자 준비해온 테이블을 차려놓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친절한 파티에 열광했다. 프랑스 궁정 문화를 재현한다는 취지 아래 ‘우아함’을 내세운 가치 소비를 위한 것이다. 국내에서 체험하기 어려운 프랑스 파티 문화를 같은 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이유 때문에 티켓을 구하려는 이들이 몰려 대기를 해야 했다.

이 행사의 시작은 1988년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됐다. 초청한 친구들에게 지인 한 명씩을 데려오도록 해 볼로뉴 숲에서 만나기로 한 참석자들은 서로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흰 색의 옷을 입었다. 현재는 전 세계 70여개 도시에서 디네앙블랑이 열리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만 매년 1만명이 파티에 참여하고 있다. 화이트디너 코리아 박주영 대표는 “프랑스 문화를 공유하고 한국적으로 재해석하는 이색 문화 교류의 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에서의 파티는 특별한 날을 기념해 주변 지인들을 초청하는 ‘생일파티’ 정도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파티가 일상 속에 스며들면서 기념일이 아니더라도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친목형 파티가 늘어나고 있다. 파티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배경 중에 하나는 자신의 일상을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모르는 이들과 공유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 된 것도 한 몫 했다. 파티를 즐기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려는 과시형도 있지만 함께 시간을 보낸 이들과 문화와 추억을 공유하려는 시도들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진행되는 파티도 늘고 있다. 업체에서 진행하는 신제품 공개 파티나 VIP 파티 등이 대표적이다. 신제품 출시에 맞춰 관련 업계 관계자나 언론, 연예인 등을 초청해 진행하는 형태다. 연예인들이 참석해 해당 제품을 들고 사진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광고 효과가 있는 프로모션 행사로 꼽힌다. 또 명품 브랜드나 백화점 등이 VIP 고객들을 상대로 하는 소규모 파티도 대표적인 마케팅 행사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큰 손’인 VIP 고객들만을 따로 초청해 신제품을 먼저 공개하거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화 행사 등을 파티 형식으로 진행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성을 만나기 위한 인연의 자리로 파티가 열리는 경우도 있다. 결혼정보업체들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미팅 파티를 열기도 한다. 듀오는 오는 22일 서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현대자동차 연구원(남성)과 듀오 회원(여성) 30명이 참여하는 미팅 파티를 개최한다. GS건설은 지난달 미혼 직장인 남녀를 대상으로 ‘로맨틱 화이트데이&스프링 in 그랑서울’ 행사를 열었다. 파티 자체 목적이 사교에 있다 보니 노골적으로 미팅 형식을 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파티를 즐기며 인연을 찾으려는 젊은 참가자들이 모여들었다. 매년 소셜파티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슷한 형태의 행사들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파자마파티부터 브라이덜샤워까지…관련 산업 인기

최근에는 파티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고 있다. 비용을 충분히 지불하면서도 주변 지인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소녀들의 편안한 친교 모임으로 여겨지는 ‘파자마 파티’나 결혼 전 예비 신부 지인들과 함께 즐기는 ‘브라이덜 샤워’가 대표적이다.

호텔업계는 파티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관련 상품들을 내놓으며 파티족 잡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오는 21일 야외 수영장인 ‘어번 아일랜드’ 개장을 기념해 아웃도어 파티를 연다.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 파티는 와인 등이 제공되며 무대에서는 ‘서머 피에스타(Summer Fiesta)’라는 주제로 펑크 소울 브라스 밴드의 공연도 펼쳐진다. 숙박과 함께 하는 패키지 ‘어번 아일랜드 오프닝 셀러브레이션’도 출시해 파티 입장 혜택과 비즈니스 디럭스 룸 1박, 치킨 플레이트 등을 제공한다.

롯데호텔서울은 파티를 즐기는 여성들을 위한 ‘레이디스 디럭스’ 패키지를 오는 6월까지 운영한다. 국내 최초 여성전용층인 ‘레이디스 플로어’를 운영하며 샌드위치와 케이크를 제공하는 애프터눈 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 구로는 브라이덜 샤워를 위한 파티족들을 겨냥해 룸 앞 테라스를 루프탑으로 꾸민 ‘레이디스 시크릿 테라스’ 패키지를 6월 말까지 운영한다. 파티족들이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폴라로이드 카메라도 무료로 대여해 준다.

파티를 직접 꾸미지 않고도 손쉽게 원하는 콘셉트의 장식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파티 전문 케이터링 업체도 생겨났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에 파티 의상을 대여할 수 있는 파티 의류 렌탈 전문 업체도 등장했고, 특별한 순간을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카메라에 사진으로 남기기 위한 스냅 업체들도 파티가 성행할수록 주목을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글=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