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강 “승마協 조사 ‘정윤회 딸 때문’ 말 들어”

입력 2017-04-11 17:34

최순실(61)씨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승마 관련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 조치된 노태강(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이 “승마협회 문제점을 살펴보라는 지시가 청와대에서 직접 내려와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지금 생각하면 정씨의 국가대표 선발 내지 선수 생활에 대한 특정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 전 국장은 2013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된 후 문체부에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좌천됐고 2개월여 뒤 퇴직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1일 열린 최씨의 뇌물 혐의 2회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노 전 국장은 “당시 자연인이던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시도 승마협회 임원 등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해 이상하게 생각했다”며 “진재수 전 문체부 체육정책과장과 함께 승마협회를 감사하며 일부 관계자들이 ‘정윤회 딸(정유라)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정씨는 2013년 4월 경북 상주에서 열린 승마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노 전 국장은 이후 체육계 비리를 살펴보라는 청와대 지시를 받고 그해 7월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 노 전 국장은 “축구도 있고 다른 스포츠 종목이 많은데 왜 대통령은 승마만 챙기는지 그 이유를 몰라 돌아버릴 정도였다”고 했다.

최씨는 “정씨에 대한 특혜를 요청한 적이 없다”며 법정에서 소리를 쳤다. 최씨는 “정유연(정유라 본명)이는 우리나라 최고의 코치가 실력을 인정했고 다섯 살 때부터 말을 탄 애”라며 “상주 승마 대회와 관련해 경찰 수사 등을 의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공주 승마’라고 터트린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쪽도 수사를 해야지, 왜 편파적 수사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증인으로 나온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박 전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 대통령이 문화 관련 보조금이 정치 편향적 단체나 인물에게 지급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라고 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특검이 김 전 장관의 수첩 윗부분에 ‘건전콘텐츠’라고 기재된 부분을 묻자 김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이 정치 편향적 작품에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는 걸 걱정했다. 그것을 써놓은 것”이라고 했다.

수첩에 적힌 ‘정치권에서 영향 X’ ‘정치권의 영향 끊을 것’이라는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정치인들의 체육단체장 추천 압력이 많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정치인에게 추천받는 것을 조심하고 그런 사람들이 임명되지 않게 조심하라’는 취지로 말씀한 걸 적었다”고 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