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뒤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더 태우려고 정당하게 탑승권을 구매한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려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전날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켄터키주 루이빌행 유나이티드 소속 항공기에서 한 남자 승객이 경찰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경찰관들은 승객을 강제로 끌어낸 뒤 통로 사이 바닥에 질질 끌고 나갔다. 몸싸움 과정에서 승객의 안경이 흘러내려 코와 입 사이에 걸려 있었고, 좌석 팔걸이에 부딪힌 승객의 입가에 피가 흘렀다. 저항을 포기하고 배가 훤히 드러난 채 질질 끌려가는 모습(사진)에 승객들은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은 오버부킹을 이유로 대며 800달러(91만원)와 호텔숙박권을 제시하며 다음 비행기를 이용할 지원자를 찾았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없자 무작위로 네 명을 찍었다. 이들 중 중국계 미국인 의사인 이 승객이 “다음날 루이빌에서 환자 진료가 있어 가야 한다”며 거부하자 무력을 동원했다.
처음엔 탑승권을 초과 판매한 오버부킹 탓으로 알려졌으나 뒤늦게 도착한 승무원을 더 태우려고 영문도 모르는 승객을 끌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유나이티드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오스카 무노즈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과 내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당시 항공기에 승객들이 모두 탑승한 후 유나이티드 승무원들이 탑승수속 직원에게 비행기 자리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무노즈의 서한 내용도 여론을 자극했다. 그는 서한에서 “승무원들은 정중한 태도로 승객에게 내릴 것을 요구했고 규정을 따랐다”며 “유감스럽지만 나는 비행기 운항을 위해 계속 과감한 행동을 권한다”고 밝혔다. 내부 보고서에선 “승객이 우리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갈수록 공격적으로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고령인 69세로 알려지자 중국 내에선 ‘강제하차 승객 4명 중 3명이 동양인이었다’는 얘기까지 나돌며 유나이티드 항공 탑승 거부 운동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美 유나이티드항공 ‘적반하장’ 승무원 더 태우려 승객 끌어내
입력 2017-04-11 18:23 수정 2017-04-11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