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다웨이(사진)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 대선 (결과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철회를 이뤄내겠다는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내정간섭으로까지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을 방문 중인 우 대표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의 송영길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만나 “한국이 사드 배치에 동의해 중국은 안보 이익에 피해를 입고 있다”며 “(사드 배치는) 한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전날인 1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예방하고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가졌다. 우 대표는 이 자리에서 ‘방한 기간 중 한국 내정과 관련해 공개 발언을 삼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이날 협의를 마치고 청사를 떠나면서도 한국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우리 정부와의 약속을 하루 만에 깨버렸다. 지난해 2월 “사드 때문에 한·중 관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의 협박성 발언에 이어 중국 외교의 거친 행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외교 소식통은 “그런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외교관으로서는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우 대표는 이종걸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 것 같느냐”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배석한 중국 측 관계자가 “한국 내정에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짐짓 눈치를 주자, 우 대표는 “한국 정치가 안정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외교적 결례를 목도하고서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민주당 의원은 없었다고 한다.
앞서 우 대표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조찬을 함께하며 “사드의 X밴드레이더로 중국의 안보 이익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는 “레이더 문제가 아니라 북한 핵·미사일의 문제”라며 “우선순위를 확실하게 해 달라”고 반박했다. 우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를 만나선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에 특사를 파견해 달라”고 했다. 박 대표는 “한중협력위원회를 구성해 현안 해결에 노력하자”고 화답했다고 한다.
우 대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만나 “북한이 핵을 개발하지 않으면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경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북한이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했다. 심 후보는 “중국도 노력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안 받아들인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조성은 권지혜 김판 기자 jse130801@kmib.co.kr
“韓 대선 결과 기대…” 내정간섭 없다더니… 도 넘은 우다웨이
입력 2017-04-11 18:04 수정 2017-04-11 2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