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에 사는 최강현씨는 3년 전 이맘때만 해도 평범한 시민이었다. 한 영어전문기업에서 밥벌이를 하면서 취미 삼아 그림을 그리는 아마추어 작가였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던 그의 일상은 세월호 참사 이후 크게 흔들렸다. 참사 이듬해인 2015년 3월부터 최씨는 단원고 희생자의 초상화를 그렸다. 그의 활동이 알음알음 알려졌고, 언젠가부터 최씨는 ‘세월호 초상화가’로 불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오는 16일)를 앞두고 출간된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해토)에는 인터뷰 형식을 통해 최씨가 보낸 지난 3년의 기록이 자세히 담겨 있다. 초상화를 그릴 때 어떤 기분인지 묻자 그는 이같이 답한다. “아이들이 다 예뻐요. …(하지만) 힘들어지는 건 있어요. 있는데 그 감정에 빠져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그림까지 슬퍼질까 봐. 이게 부모님들이 보실 거니까.”
책에는 최씨처럼 세월호 희생자 유족과 동고동락하며 힘을 보탠 시민 10여명의 스토리가 실려 있다. 참사 1주기였던 2015년 4월 출간된 희생자 부모들의 기록 ‘금요일엔 돌아오렴’, 이듬해 발간된 희생자 형제·자매들의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의 맥을 잇는 신간이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공동 기획했다. 저자는 논픽션 작가 정원선·배영란씨. 책의 말미를 장식하는 건 희생자 304명과 세월호 수색에 나섰다가 세상을 뜬 고(故) 이광욱·김관홍 잠수사의 이름이다.
‘잊지 않을게…’ 외에도 요즘 서점가에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기리는 관련 서적이 잇달아 출간되고 있다. 참사의 아픔을 되새기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신간들이다.
‘머나먼 세월호’(펼침)는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활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검사 출신 변호사 권영빈씨. 그는 세월호 선체가 인양된 현재 유가족 추천으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나먼 세월호’는 특조위 활동 내용을 평가하면서 ‘제2기 특조위’ 출범을 주문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첫머리에 등장하는 추천사는 세월호 유가족 전명선씨가 썼다.
‘3년 탈상이란 말도 있으니 이제 잘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위로와 기대도 함께 들려옵니다. 하지만 우리 세월호 가족들에게는 1097번째의 똑같은 ‘4월 16일’입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봉선화기도 304’(컬처북스)에는 독특한 사진 304점이 담겼다. 중지(中指)에 봉선화 꽃물을 들이고 기도하는 ‘포즈’를 취한 사진들이다. 짐작하다시피 제목에 담긴 숫자 ‘304’는 세월호 희생자 304인을 가리킨다. 후반부에는 사진의 주인공들이 전하는 추모의 메시지도 적혀 있다.
이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인물은 작가 조소희씨다. 강영안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끝머리에 실린 해설을 통해 “(봉선화 꽃물이) 마치 심장 한가운데서 솟아난 핏물과 같다”며 “아름다운 세상, 눈물을 서로 닦아주는 세상에 대한 열망이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있다”고 적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계속되는 그 날의 아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입력 2017-04-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