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風에 장사없다”… 文도 安도 ‘안보’로 전선이동

입력 2017-04-12 05:42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발(發) ‘신(新) 북풍’이 국내 대선 국면을 뒤흔들고 있다. 북핵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정책이 대선 주자들의 안보·대북 정책에 변곡점을 조성했다.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안보 정책 ‘우클릭’ 입장으로 선회했다.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 배치 반대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섰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입장도 강경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동 직후 시리아 샤이라트 공군 비행장에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 59발을 쏟아부었다. 북한 군사도발에 대비해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 전단도 한반도 주위로 전개하고 있다. 한반도에는 전쟁 임박설이 나도는 등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과거 북풍(北風)이 북한의 군사도발에 따른 내부 변수였다면 이번 트럼프발 신북풍은 미국의 대북 강경 기조라는 외부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이상 변수다.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변화가 가시화됨에 따라 야권 주자들의 입장 변화도 불가피해진 면이 크다. 미국발 북풍이라 후보들의 운신의 폭도 넓다.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 대선 판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꿔놓고자 칼빈슨호를 다시 전개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근혜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단 한 번도 찬성하지 않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처음으로 사드 배치 조건부 수용 가능성을 밝혔다. 북한이 6차 핵실험 등 도발을 지속하면 불가피하게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문 후보는 1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드는 북핵 방어 목적의 대응 방안 중 하나”라고 했다.

문 후보는 오후 당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에서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군사적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 등 대북억제력 및 국방력 강화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우리 당이 핵심적으로 이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기조 변화는 안보에 대한 안정감을 바탕으로 중도·보수 진영을 끌어안겠다는 전략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비해 안보 역량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는 자신감도 바탕이 됐다. 캠프 관계자는 “안보 분야에서 안 후보보다 깊은 신뢰감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고 했다.

안 후보도 사드 배치 반대 당론을 바꾸도록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국가 간 협약은 쉽게 뒤집을 수 없다”며 배치 불가피론을 펴온 것보다 훨씬 강경한 자세다. 올해 초 국민의당은 안 후보 제안으로 당론 변경을 시도했지만 당 안팎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안 후보는 그러나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선은 결국 후보 중심으로 치르는 것”이라며 재차 촉구했고, 국민의당도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안 후보는 또 “집권하면 빠른 시간 내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미국 조기 방문 의사를 밝힌 문 후보와 함께 양대 후보가 모두 집권 후 미국을 찾아 트럼프발 안보 위기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