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4차 산업혁명 개념 정립 못해 주먹구구 정책 남발

입력 2017-04-12 05:01

박근혜정부는 다양한 신산업 육성 정책들을 부처마다 쏟아냈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지난해 다보스 포럼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이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뒤 이 같은 현상은 심화됐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3개 축 중 하나인 ‘구조개혁과 미래대비’ 항목에선 4차 산업혁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정부는 민관 합동 ‘4차 산업혁명 전략위원회’를 신설하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무역투자 활성화 대책에 5대 신산업 정책이 들어갔고, 8월엔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과학기술전략회의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신성장동력 사업을 민관 합동으로 추진하겠다며 9개 사업을 국가 전략 프로젝트 후보 사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같은 달 제4차 신산업 민관협의회에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12대 신산업을 제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앞서 노무현정부나 이명박정부도 신산업 육성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내세웠지만 컨트롤타워는 각각 산업자원부와 지식경제부가 맡았다. 그러나 컨트롤타워가 없던 박근혜정부에선 부처마다 비슷한 정책들을 다른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 산하 미래성장동력특별위원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과학기술전략회의가 만들어지면서 또다시 업무가 갈렸다. 미래부에 주도권을 내줬던 산업부도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와 4차 산업혁명 육성의 거점으로 활용하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일단은 예정된 사업들을 소화하고 있다.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대부분 사업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 정립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정책도 창조경제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연구소 관계자는 “과학자들 사이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 자체가 정치적이고 아직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1∼3차 산업혁명 때처럼 민간이 주도해야 할 것을 정부가 이끌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민간 기업들이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가 기술 발전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거나 규제를 푸는 방식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진짜 산업혁명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