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4월 위기설’… 리스크 오래 안 간다

입력 2017-04-12 05:00

국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난주말 미국에 사는 친지들로부터 빗발치는 전화를 받았다. “한국에 전쟁이 나는 것이냐”는 걱정이었다. NBC는 지난 8일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핵 대응으로 ‘김정은 암살’ ‘북한 주요 시설 타격’ 등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주요 외신들도 한반도 정세 불안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애널리스트는 “공포가 시장을 흔드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팔자’로 일관, 올해 가파르게 상승했던 코스피지수도 주춤거린다. 11일 코스피지수는 9.47포인트(0.44%) 하락한 2123.85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1272억원을 팔며 6거래일째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이달에만 약 5000억원을 팔아치웠다. 원·달러 환율도 3.6원 오른 1145.8원으로 마감했다. 원화가치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단기 고점에 다다랐다는 판단에 북한 리스크가 맞물렸다고 본다. 북한 6차 핵실험 임박 가능성도 관망심리를 키웠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미·중 정상회담 직후 항공모함이 전격 배치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공연히 단독 행동을 언급하는 등 예전보다 다소 심각한 상황 같다”고 말했다. PGIM픽스드인컴의 마이클 릴라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대외 이벤트에 대한 트럼프정부 반응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대우조선의 자율 채무재조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한국경제 4월 위기설’ 불씨를 키우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4월호’에서 “소비 반등 등 경제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대외 통상 현안,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북한 리스크 등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4월 위기설이 과도하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이날 긴급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북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된 모습”이라며 “주요 투자은행도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보증권 김형렬 매크로팀장은 “북한 이슈가 한국 경제나 기업 이익을 훼손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며 “외교·안보 문제 차원이지 경제논리로 볼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키움증권 홍춘욱 투자전략팀장은 “20억명 경제권인 아시아 지역을 전쟁으로 몰아넣어 미국이 얻을 수 있는 게 없다”며 “최근 외국인 매도세도 전방위 매도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글=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