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 위협 혐의로 중국에 구금된 대만 인권운동가 리밍저(42)의 부인이 남편 면회를 위해 중국으로 가려다 거부당했다. 대만 민진당의 전 당원인 리밍저는 지난달 19일 마카오를 경유, 광둥성 주하이를 통해 중국에 입국한 뒤 연락이 끊겼다. 열흘 만인 지난달 29일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마샤오광 대변인은 리밍저가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확인했다.
리밍저의 부인 리징위는 10일 대만 타오위안국제공항에서 중국국제항공 베이징행 항공편에 탑승하려다 대만인을 위한 중국왕래통행증이 취소된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홍콩 명보가 11일 보도했다. 리징위는 중국 대만사무판공실과 검찰원 등을 방문해 남편의 면회와 석방을 요구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번 베이징행은 문제를 일으키려는 게 아니라 사람을 구하려는 목적이었다”면서 “남편이 지금 어디 있고 구금된 이유를 확인하고 건강상태를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중국 정부가 우리의 생명과 자유는 박탈할 수 있겠지만 우리의 존엄은 절대 부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징위는 이번 중국 정부의 행동이 남편의 억류 뒤에 ‘정치적 음모’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대만인 브로커를 동원해 베이징행을 포기하지 않으면 남편의 공개 자백 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폭로했다. 리징위가 지목한 대만인 브로커는 대만 국민당 차이정위안 정책위원장의 비서였던 리준민이다. 대만 정보요원으로 활동했던 리준민은 “리밍저의 석방을 위해 우호적인 협상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어 리징위에게 적대적인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중국이 베이징행 포기 협박했다” 구금된 대만 인권운동가 아내 폭로
입력 2017-04-11 1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