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들은 4차 산업혁명을 차기 정부의 중요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방법론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 문 후보가 정부주도형 신성장전략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 안 후보는 민간주도형 기술혁명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청사진이 연구개발 지원이라는 정책적인 접근에 머물 뿐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문 후보는 대통령 직속 산업혁명위원회를 중심으로 국가가 4차 산업혁명 성장을 책임지는 구조를 제시했다. 세계 최초의 사물인터넷(IoT)망 구축, 공공 빅데이터센터 설립 및 데이터 규제 해소 등도 약속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핵심 성장분야로 꼽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본 인프라를 정부가 충분하게 공급하겠다는 성장 구조다. 중소기업청의 중소벤처기업부 확대 신설,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 컨트롤타워 재구축 등 정부 역할을 최대화하는 정부부처 개편도 포함돼 있다.
안 후보는 이에 비해 민간주도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이고 다양성과 창의성이 중요한 만큼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의 자율적 시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신 정부는 교육을 통해 인재 양성에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다.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육성을 위해 AI, 빅데이터, 3차원(3D) 프린팅 분야 등의 재교육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 미취업 청년이나 중장년 실직자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실습 교육을 제안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담당 부처의 통합 또는 기능 조정 등 4차 산업혁명을 위한 맞춤형 정부부처 개편을 제안했다. 정부의 창업 지원 강화도 약속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새만금을 4차 산업혁명의 전진기지로 삼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후보들이 신성장동력을 위해 4차 산업혁명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장밋빛 전망에 구체성이 떨어지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공약을 보면 연구개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에 머물러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개발이 어떻게 경제적인 성과로 이어지게 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정책 제안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공약도 부족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자리 감소, 빈부격차 확대 등 부정적인 면에 대한 대안 제시는 어느 후보에게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오히려 4차 산업혁명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놓고 상호 비방전만 가열되고 있다. 문·안 후보 양측은 4차 산업혁명을 정부와 민간 어느 쪽이 주도하는 것이 맞느냐를 두고 각을 세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정민 연구위원은 “정부냐 민간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를 얼마나 잘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신준섭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
대선 주자들 ‘4차 산업혁명’ 청사진 구체성 떨어져
입력 2017-04-12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