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마저 추월한 테슬라, 거품론 모락모락

입력 2017-04-12 05:00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전통의 명가 GM과 포드를 제치고 미국 자동차 업체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실적에 비해 주가에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들은 10일(현지시간) 테슬라 시가총액이 515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해 502억 달러를 기록한 GM을 제치고 미국 자동차 업체 중 시가총액 1위에 등극했다고 보도했다. 불과 1주일 전 포드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오른 테슬라는 이제 일본 자동차 업체 혼다와 시가총액 차이를 10억 달러 미만으로 좁혔다. 조만간 글로벌 톱5 진입이 유력하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엘론 머스크가 바라보는 전기차 미래에 대한 비전에 투자자들이 환호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해 애플을 성장시킨 것처럼 머스크의 테슬라도 전기차 시대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지난 수년간 테슬라 혼자 개척해 온 전기차 시장에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잇달아 뛰어드는 것도 테슬라에 대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일조하고 있다. 테슬라가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테슬라 주가가 너무 과대평가돼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주가가 회사의 미래가치까지 반영하는 건 일반적이라고 하지만 테슬라의 경우 현재 사업 실적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6억8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최근 3년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누적 손실액은 20억 달러에 육박한다.

GM, 포드 등 기존 자동차 업체의 실적과 비교하면 테슬라의 성적표는 더욱 초라하다. GM과 포드는 지난해 각각 1000만대와 660만대를 판매했고 순이익은 94억 달러와 46억 달러에 달했다. 테슬라의 판매량은 7만6000대에 불과했다.

애플이 액손모빌을 제치고 시가총액 전체 1위에 등극했을 때는 아이폰이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며 승승장구할 때다. 아직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테슬라가 굴지의 자동차 업체보다 더 높은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는 건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테슬라의 사업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테슬라 주가가 포드나 GM을 넘어서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머스크가 그리는 테슬라의 미래는 전기차 대중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모델3에 의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2020년까지 모델X·S·3 등을 합쳐 연간 10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생산되면 테슬라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분야 분석가 미셸 크렙스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현재 시가총액은 큰 의미가 없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다”면서 “메인스트림 시장을 겨냥한 모델3의 성공 여부가 테슬라에 진정한 시험 무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