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대선 기조가 ‘적폐 청산’에서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로 바뀌고 있다. 문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 등 경쟁 후보의 집요한 검증 국면을 정책 경쟁 구도로 바꾸고, 후보자 합동 토론회를 대비해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문 후보는 11일 경남 창원 창원컨벤션센터에서 ‘가계 통신비 절감 8대 공약’을 발표했다. 문 후보는 우선 통신망 유지·보수를 이유로 이동통신사가 부과하고 있는 기본요금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파수 경매 시 이통사가 통신비 인하 성과 및 계획을 보고하게 해 통신요금 인하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또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하고, 제조사와 이통사의 단말기 지원 금액을 별도 표시해 단말기 가격을 크게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정보통신 양극화’ 해소 방안도 내놨다. 모든 공공시설에 공공 와이파이(무선 인터넷) 설치를 의무화하고, 데이터 요금 할인상품 확대를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무선인터넷 요금도 도입하기로 했다. 그는 한·중·일 간 로밍요금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3국 간 자유로운 통화로 “온라인에 보이지 않는 문화와 평화의 선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문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과 부산, 울산 등 영남권 주요 도시를 훑으며 ‘부산권 관문공항 개발’ ‘한국해양선박금융공사 설립’ ‘울산 국립3D프린팅 연구원 설립’ ‘사천 항공우주산업 특화단지 조성 및 고도화 지원’ 등 굵직한 지역 SOC(사회간접자본) 공약도 내놨다.
문 후보 메시지의 중심축도 최근 변화했다. 시종일관 ‘적폐 청산’을 외쳤던 그는 지난 9일부터 매일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공약 시리즈를 발표하며 민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1탄은 매년 10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100곳의 주거지역을 재생하겠다는 ‘도시재생 뉴딜’ 정책이었다. 2탄은 중소기업 공약, 3탄은 광화문 청와대 공약이었다.
문 후보 측은 대선 전까지 매일 한 가지 이상의 민생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당초 ‘민생24’라는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던 것”이라며 “주거비 해결, 교통비 절감, 미세먼지 대책, 청년 일자리, 일·가정 양립 등을 주제로 매일 공약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스몰딜’(분야별 맞춤형 공약)로 유권자의 표심을 ‘가랑비에 옷 젖듯’ 훔치겠다는 것이다. ‘적폐 청산’이라는 강경 기조를 놓고 최근 캠프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관계자는 “적폐 표현이 현 시점에서 거부감을 준다는 의견도 있어 기득권·부패 세력이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민생 공약 대방출’은 대선 후보 합동토론회를 대비한 포석이기도 하다. 상대 진영의 ‘의혹 공세’를 정책 경쟁 구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편 민주당 선대위는 문 후보 캠프에 참여했던 강기정 전 의원을 총괄수석부본부장으로, 김영록 전 의원을 조직본부 공동본부장으로 임명하는 등 2차 인선안을 발표했다. 후보 직속조직인 특보단과 비서실 인선도 마무리짓고 물밑 갈등도 일단 봉합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文, 적폐 청산서 중심 이동
입력 2017-04-12 0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