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행 6개월 된 김영란법… 투명사회 디딤돌 되길

입력 2017-04-11 17:17
국민권익위원회가 김영란법(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방지법) 시행 6개월 동안 2만3852개 공공기관을 점검한 결과 2311건의 신고 건수가 접수됐다. 이 가운데 수사의뢰는 19건, 과태료 부과 대상 법원 통보는 38건으로 전체 신고 건수의 2.5%인 57건에 불과했다. 일단 표면상으로만 보면 김영란법이 비교적 잘 정착돼 가는 것처럼 보여 고무적이다.

김영란법 시행은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음성적 접대문화가 자취를 감췄고 2,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 관행도 사라져 ‘저녁 있는 삶’을 되찾았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일부에선 1인당 3만원으로 제한된 식사 한도액을 맞추기 위해 총액을 여러 차례 나눠 결제하는 ‘영수증 쪼개기’나 접대 인원수를 실제보다 늘려 1인당 지출액을 계산상으로 줄이는 ‘인원 부풀리기’ 등의 편법과 꼼수가 여전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없지 않다.

법 적용 대상이 400만명에 달하다 보니 거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행정력의 한계와 실효성 문제도 있다. 농수축산업계와 요식업계가 위축되면서 3만원(식사)·5만원(선물)·10만원(경조사비) 규정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럼에도 김영란법은 투명·공정사회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최순실 사태로 투명사회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더 커졌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씨 부부로부터 명품 가방과 현금 등을 받은 혐의로 추가 기소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변호인이 10일 재판에서 한 발언은 공직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안 전 수석의 부인이 명품 가방 등을 수수한 건 맞지만 대가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용시술의 경우 ‘잠깐 누워보라’고 해서 누웠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4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도 죄의식이 없는 공직사회 엘리트들의 민낯이다. 제도적 보완은 하더라도 김영란법이 지속돼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