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이 지금처럼 고조된 적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영변의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이후 처음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과 그해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때도 현재보다 긴장 수위가 높진 않았다. 그럴싸한 전쟁 시나리오가 외신을 타고 국내에 유입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SNS에 나도는 미국의 북폭설이 근거 없음으로 드러나고, 우리 군도 “한국의 동의 없는 미국의 선제공격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음에도 전쟁 발발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공포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데에는 미국이 북한을 다루는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버렸기 때문이다. 먼저 공격한다는 것은 그간 미국의 대북 정책에서 사실상 배제돼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타격을 비롯한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고 수차례 공표했다. 선제타격의 현실화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것이다. 또 미국은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WMD) 포기를 대화의 조건으로 못 박아 놨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광분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 극적으로 선회하지 않는 한 한반도의 긴장은 지속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과정에서 우발적 군사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초래되는 모든 위험은 고스란히 한국 정부와 한국 국민이 지게 되며, 5월 10일 취임하는 19대 대통령은 최악의 안보 국면에서 국정을 시작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자질이 위기관리와 안보대응 능력이 돼야 하는 이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엊그제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계속 핵 도발을 하고 고도화한다면 사드 배치가 강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전제가 붙어 있지만 그동안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과는 사뭇 다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문 후보는 11일 국민 불안을 막기 위해 국회의장이 주재하고 5당의 대선 후보가 참여하는 ‘긴급안보 비상회의’를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사드에 대한 태도 변화와 비상회의 제안이 국민에게 설득력을 가지려면 진정성이 선행돼야 한다. 문 후보는 집권 후 북한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한·미동맹은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를 설명해야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보다 선명한 안보관을 밝혀야 한다. 본인은 사드 배치에 찬성한다면서 당이 반대 당론을 유지토록 놔두면 국민들에게 신뢰받기 어렵다. 서둘러 후보와 당을 통일시켜야 하며 안보 위기를 돌파할 구체적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국민이 안심하고 나라를 맡길 수 있겠다는 신뢰를 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집권 후 곧바로 가동할 해법을 내놔야 한다. 안보 위기를 돌파할 역량이 차기 대통령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 것이다.
[사설] 차기 대통령은 한반도 안보위기 극복할 역량 갖춰야
입력 2017-04-11 1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