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산 폭격기’ EPL서 높이 날다

입력 2017-04-11 18:23

만년 유망주였던 ‘벨기에산 폭격기’ 로멜루 루카쿠(24·에버턴·사진)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주름잡고 있다. 루카쿠는 이번 시즌 EPL 31경기 출전해 23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득점 2위 해리 케인(토트넘)에 4골 차로 앞서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득점왕은 따 놓은 당상이다.

루카쿠는 2011년 8월 안더레흐트(벨기에)를 떠나 프리미어리그 첼시에 입성했지만 기라성 같은 스타들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후 그는 두 시즌 동안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과 에버턴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2014-2015 시즌 그는 슬럼프에 빠졌다. 부상과 친한 친구의 죽음 때문이었다.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발목을 다쳤다. 2015년 1월엔 친하게 지냈던 볼프스부르크의 미드필더 주니오르 말란다가 20세의 나이에 교통사고로 숨졌다. 루카쿠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다. 그는 2014-2015 시즌 EPL 36경기에서 10골에 그쳤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마음을 추스른 그는 지난 시즌 EPL 37경기에서 18골(득점 4위)을 넣으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190㎝, 94㎏의 탁월한 신체조건을 지닌 루카쿠는 온몸으로 골을 성공시키는 득점 기계다. 이번 시즌 왼발로 10골, 오른발로 7골, 헤더로 6골을 넣었다. 루카쿠가 큰 키와 속도, 체력만으로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된 것은 아니다. 그는 열정적으로 움직이며 빠른 템포의 경기를 잘 소화한다. 또 몸싸움에도 강하다. 동료에게 많은 도움을 줄 정도로 이타적인 플레이도 잘 한다.

루카쿠는 과거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첼시에서 벤치를 지키고 있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린 선수들과 함께 매일 훈련하면서 나는 좌절했다. 하지만 매일 배우고 또 배우려고 노력했다”며 “임대가 결정됐을 때 드디어 기회가 왔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3-2014 시즌 에버턴 임대는 루카쿠에게 전환점이 됐다. 그는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에버턴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했다. 에버턴은 루카쿠의 활약 덕분에 지난 시즌 11위에 올랐고, 이번 시즌엔 15승9무8패(승점 54)로 7위를 달리고 있다. 에버턴은 최근 루카쿠에게 재계약 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쿠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클럽으로 가길 원한다. 공교롭게도 과거 루카쿠가 몸담았던 첼시도 영입전에 뛰어들 전망이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