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117> 장수 스타들

입력 2017-04-11 17:37
가수 겸 배우 도리스 데이

‘케 세라 세라’로 유명한 가수 겸 배우 도리스 데이가 지난 3일로 95세가 됐다. 1948년에 데뷔해 귀엽고 발랄한 모습으로 록 허드슨, 케리 그랜드 등과 짝을 이뤄 50∼60년대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으로, 또 따뜻한 목소리의 뛰어난 가창력을 갖춘 가수로 일세를 풍미한 그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자신이 세운 ‘도리스 데이 동물재단’이 벌이고 있는 동물보호운동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는 캘리포니아주 카멜시의 자택에 칩거하면서 간혹 발코니에 나와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을 보일 정도라고. 그래서 측근들은 그가 100세까지 문제없이 살 것이라고 말한다.

하긴 이미 100살을 넘긴 스타도 있다. ‘할리우드 황금기 최후의 생존자’ 커크 더글러스는 지난해 12월로 100살을 맞았다. 1946년 데뷔한 뒤 9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한 그는, 대부분의 주연 배우가 만년에는 조연급으로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2004년의 마지막 출연작 ‘환상(Illusion, 마이클 구어지안)’까지 주연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이혼과 스캔들 투성이인 많은 할리우드 스타들과 달리 두 번째 결혼한 부인 앤과 60년 넘게 잉꼬부부로 해로하는가 하면 장남 마이클 더글러스가 아카데미상까지 받는 등 자식농사도 잘 지어 더 부러울 게 없어 보인다.

이밖에도 장수하고 있는 할리우드 스타로는 커크 외에 100세를 맞은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가 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의 멜라니역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7월 만 100세가 됐다. ‘워터프론토(1954)’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에바 마리 세인트(93), 애거서 크리스티의 ‘미스 마플’ 앤젤라 랜스버리(92)와 노래, 춤, 연기 등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디즈니 영화 ‘메리 포핀스(1964)’의 유쾌한 굴뚝청소부 딕 밴 다이크(91), 흑인 최초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 시드니 포이티어와 ‘칼립소의 제왕’으로 칭송되던 미성의 흑인 가수 겸 배우 해리 벨라폰테(이상 90) 등은 아흔을 넘었다.

장수한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스타들의 모습은 될 수 있는 한 오래 봤으면 좋겠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