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직장인·개인 소득세 증가율, OECD 35개국 중 1위

입력 2017-04-11 05:00

직장인이나 소상공인 등 개인이 내는 소득세가 국가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부쩍 늘고 있다. 최근 상승 추이만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1위다. 박근혜정부 들어 바꾼 연말정산 방식이 주원인이다. ‘유리지갑’ 직장인들과 중산층의 한숨도 그래서 나온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에서 부자들이 더 내는 구조를 만들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10일 국민일보가 2011∼2015년 OECD 35개국의 조세 및 사회연금 총액 대비 소득세 비중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의 소득세 비중은 최근 5년간 18.7% 증가했다. 비중 증가세로는 북유럽의 노르웨이(18.7%)와 동률을 이루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그리스(16.4%), 포르투갈(15.0%), 멕시코(14.1%)가 뒤를 이었다.

소득세 비중이 늘어난 국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헝가리의 경우 같은 기간 비중이 8.3% 감소했다. 우리나라와 국민총소득(GDP)이 비슷한 규모인 스페인의 경우도 6.5% 정도 비중이 줄었다. 이들 국가를 포함, 전체 35개국 중 소득세 비중이 감소한 국가는 모두 9개국이다. 우리나라 등 증가세가 확연한 국가들과 대조를 이루며 OECD 평균 증감율은 3.1%에 그쳤다.

우리나라가 평균치보다 6배 정도 더 큰 증가세를 보인 원인으로는 연말정산 방식의 변화가 지목된다. 2014년부터 연말정산 방식이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연간 2%대였던 비중 증가율은 5% 이상으로 늘었다. 소득공제는 공제 대상 항목을 뺀 금액을 총소득으로 보지만 세액공제는 일단 번 돈 자체를 기준점으로 본다. 벌이는 같은데 세율이 높아질 수 있는 구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세는 전년대비 3조9000억원 늘어난 31조원을 기록했다. OECD 통계로는 잡히지 않았지만, 2016년 역시 소득세 비중의 증가세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사실상 증세 효과가 있었다”며 “증세 없는 복지란 묘한 말을 하면서 사실상 증세를 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특정 금액을 넘어선 중산층 근로소득자의 소득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다.

홍 교수는 “현 구조는 일률적으로 연간 5500만원 이상 버는 소득자들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근로소득이 적은 이들이 면세자 범주에 대거 포함되고 다른 이들의 세금은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통합적 재정 시스템 관점에서 본 조세지출 개선 방안’ 자료를 보면 2014년 기준 1669만명의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는 802만명에 달한다. 면세자는 늘었지만 세금은 더 걷혔다. 나머지 867만명의 근로소득자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특히 어린 자녀를 두고 있거나 다자녀인 가구일수록 조세 부담이 높아지는 왜곡 구조까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의료비, 보험료, 교육비까지 손댄 게 문제다. 2013년 출산·입양, 6세 이하 자녀에 대한 소득공제를 폐지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반발이 일자 2015년 공제를 재조정해 일부 소급 적용하며 한 발 물러섰다.

세법 전문가들은 많이 버는 이들에게 많이 걷는 구조 자체에는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소득세 비중이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던 탓도 있다. 하지만 소위 ‘가진 자’들의 소득세 수입에 대한 과세와의 형평성을 맞추지 못한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주식 이자배당 소득세율이 낮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전·월세 수입자들에게 과세가 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